인구절벽 위기 한국에 던지는 일본 '1억 총활약' 장관의 조언
“인구 감소 대처법은 복잡하게 생각하거나 오래 고민하면 안 됩니다. ‘간결하고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10년 넘게 이어지는 일본이 이를 해결하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캐치프레이즈는 ‘1억 총활약’이다. 말 그대로 ‘1억 명에 가까운 일본 성인 인구가 출산 육아 고령화의 부담을 딛고 모두 활약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그 정책의 총괄책임자가 올초 임명된 마쓰야마 마사지 1억총활약 담당 대신(특임장관급·사진)이다.

한국은 찾은 마쓰야마 대신은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저출산·고령화에 공동 대응하기로 하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저출산·고령화의 심각성에 대한 그의 경고는 묵직했다. 마쓰야마 대신은 “지난해 일본의 신생아는 97만 명으로 조사 이래 처음으로 100만 명을 밑돌았다”며 “저출산·고령화가 국가적 위기라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팽배해졌다”고 말했다.

또 “고령화로 미래 역군 감소, 현역세대 부담 증가, 시장 규모 축소 등이 심해지면서 개인과 지역, 기업, 국가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인구기금(UNFPA)에 따르면 한국은 2030~2035년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7% 선으로 일본의 현재 고령화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약 15년 뒤에는 한국도 일본이 겪는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는 얘기다.

인구 감소 위기 공조 나선 한·일

마쓰야마 대신은 대응이 늦어진 데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만약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린다면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질문에 “지금 펴는 정책을 한시라도 더 빨리 내놓고 시행할 것”이라며 “늦어지는 결혼과 첫 출산의 부담을 줄여줄 정책을 내놓고 육아 부담을 덜어낼 지원책도 바로 시행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정책은 간결하고 쉬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저출산 대책으로는 유치원·어린이집 대기 수요 해소, 교육비 지원을 꼽았다. 일본은 2020년까지 2조엔(약 20조원)을 들여 3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유치원·어린이집을 확대하고 무상보육을 시행할 계획이다.

마쓰야마 대신은 “일본은 100세 이상 노인이 7만 명에 달하는 초고령 사회”라며 “한국도 노인들이 언제든지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재교육, 재취업 환경을 조성해 모든 사회 구성원이 활약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우리도 많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산발적인 느낌이 있는 데 비해 일본은 간결하게 집중하는 게 장점”이라며 “양국이 각각 정책별로 앞서거나 시행착오를 이미 겪은 부분이 있는 만큼 서로 보완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동북아 인구, 2100년까지 5억 명 감소

한국과 일본은 저출산·고령화 정보 교류, 대책 공동 추진 등의 분야에서 공조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이 같은 공조를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 전체로 확대하기로 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개별 국가를 넘어 아시아 전체 경제 규모 축소와 경쟁력 약화를 불러일으키는 사안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날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인구콘퍼런스에서 연설을 맡은 게빈 존스 호주대 교수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이들 4개국과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5개국의 인구는 2015년 16억6000만 명에서 2100년 11억8000만 명으로 약 4억8000만 명 감소할 것”이라며 “이민과 수명 연장은 인구 증가 정책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교육비 부담 완화, 일·가정 양립 등 출산 장려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