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무게 10%를 줄이면 연비가 6% 올라갈 뿐만 아니라 가속성은 8%, 주행 안전성은 6% 올라가고 배출가스 감축 효과도 있습니다. 단순 연비 개선이 아니라 차량 성능 및 상품성 향상에도 기여하는 것입니다.”(민병열 현대제철 부품개발지원팀장)

19일 경기도 대화동 킨텍스에서 화학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자동차 부품 및 경량화 소재 기술 컨퍼런스’에서는 자동차 경량화를 위해 각광받고 있는 기가스틸, 알루미늄, CFRP(탄소 섬유 강화 플라스틱)의 상용화 동향 및 전망이 소개됐다.

자동차 업계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인 CFRP를 주목하고 있다. CFRP는 탄소섬유를 플라스틱으로 감싼 형태의 소재로, 같은 강도의 강철에 비해 무게가 절반 이하다. 충격 흡수 능력이 좋아 자동차 소재로 적합하다. 가격과 생산성이 탄소섬유 상용화의 발목을 잡아왔지만 BMW가 CFRP 개발 및 생산을 내재화하면서 물꼬를 텄다.

고급 스포츠카에 주로 사용되던 CFRP는 점차 전기자동차와 대형 럭셔리 세단까지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BMW i8의 경우 스틸은 8%에 불과한 반면 알루미늄은 20%, CFRP는 43%에 달한다. 전기차 생산에 있어서 알루미늄 적용도 확대되는 추세다. 알루미늄 바디를 적용한 테슬라 모델S가 대표적인 사례다.

경량화 소재 연구는 복합재 뿐 아니라 기존에 적용되던 강철에서도 볼 수 있다. 포스코가 개발한 기가스틸은 기존 알루미늄보다 가볍지만 강도는 3배 이상 우수하다. ㎟ 면적당 100kg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현대제철은 핫 스탬핑(hot stamping) 생산설비를 추가로 설치하며 차량경량화 제품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핫 스탬핑은 뜨거운 철강소재를 도장 찍듯 프레스로 성형한 뒤 냉각시키는 공법을 뜻한다. 볼보 XC90에는 핫 스탬핑 공법을 사용한 현대제철 철강재가 33% 사용됐다.

더욱 가볍고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TWB와 하이드로포밍 등 최신 공법을 적용한 자동차 부품 소재도 생산한다. TWB 공법은 다양한 재질과 두께의 철판을 필요한 모양대로 절단해 용접한 후 프레스 성형하는 공법을 뜻한다. 하이드로포밍은 용접 대신 물을 이용해 내부에 강한 압력을 줘서 제품을 성형하는 공법이다.

플라스틱 소재와 섬유의 이종교배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부문도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플라스틱에 탄소섬유·유리섬유 등을 섞어 강도를 더 높인 ‘콤퍼짓’이라고 하는 복합 소재가 뜨고 있어서다. 콤퍼짓은 선루프·범퍼빔·의자 프레임 등 크기가 더 큰 자동차 부품으로 쓰일 수 있는 신소재다.

한화첨단소재는 GMT(강화 열가소성 플라스틱)라는 콤퍼짓을 주력 제품으로 키워 글로벌 시장의 70%를 점유 중이다. 폴리프로필렌 수지(PP)에 유리섬유를 더해 강도는 금속과 비슷하지만 무게는 20~25% 덜 나간다. 최근엔 이 콤퍼짓 안에 철심을 넣어 고속 충돌 때도 끊어지지 않는 범퍼나 방탄섬유를 혼합해 충격 흡수율을 높인 범퍼 등 ‘하이브리드 제품’도 양산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BMW,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도요타 등이 고객사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