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은행연합회장 "IB 신용공여 확대는 위험"
“초대형 투자은행(IB)에 신용공여를 허용하면 과거 외환위기 단초를 제공한 단자회사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습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사진)은 1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초대형 IB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본의 100%에서 200%로 확대하는 법안은 대형 증권사에 사실상 은행과 같은 역할을 허용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 회장은 “이는 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제공하려는 IB 육성 취지와는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 회장은 올해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은행업에 대해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대손비용 감소 등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은 정부 개입보다 시장에 맡겨두는 게 성장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며 “이 덕분에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1~2007년 은행 수익도 좋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글로벌 투자자 시각에선 국내 은행의 수익성이 여전히 낮다고 지적했다. 하 회장은 “국내 은행의 수익성 저하 원인은 ‘전업주의’와 ‘포지티브 규제’를 꼽을 수 있다”며 “겸업주의와 네거티브 규제에서 은행들의 대형화, 효율화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하 회장은 “이번에 후임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은 투명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과 달리 후보자 모집, 심사, 추천 등의 단계별로 나눠서 진행해 절차적인 투명성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