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와 법인세를 적게 내는 납세자와 많이 내는 납세자 간 세 부담 차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세 최저 과표구간 대비 최고 과표구간의 세 부담 배율은 7년 새 최대 10배가량 확대됐다. 법인세는 최저 대비 최고 과표구간 세 부담 배율이 21배에서 24배로 커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을 또 신설하고, 세율은 더 높이겠다는 방침이어서 ‘내는 사람만 더 내는’ 불합리한 세수 구조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내는 사람만 점점 더 내는' 소득세·법인세
소득세 최고 구간 부담 ‘집중’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16일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과표구간별 소득세·법인세 부담 현황 자료에 따르면 근로소득세 최저 과표구간(1200만원 이하)의 세 부담 총액은 2008년(귀속 기준) 8883억원에서 2015년 2121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최고 과표구간(5억원 초과)은 1조1409억원에서 2조1620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최저 대비 최고 구간 세 부담 배율은 1.3배에서 10.2배로 확대됐다.

종합소득세도 마찬가지다. 종합소득세 최저 구간(1200만원 이하)의 세 부담 총액은 같은 기간 5356억원에서 2600억원으로 줄었지만 최고 구간(5억원 초과)은 3조2810억원에서 7조7976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최저 대비 최고 구간 세 부담 배율은 6.1배에서 29.9배로 확대됐다.

이는 정부가 소득세 최저 구간의 세율은 낮추면서 최고 구간의 세율은 올려왔기 때문이다. 과표 1200만원 이하 최저 구간의 세율은 2008년 8%에서 2009년 6%로 낮아졌다. 그러나 2012년엔 과표 3억원 초과 구간이 신설되고, 세율은 종전 최고 35%에서 38%로 높아졌다. 2014년엔 최고 세율 적용 과표구간이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확대됐다. 올해엔 과표 5억원 초과 구간이 새로 생기고, 세율은 최고 38%에서 40%로 높아졌다.

법인세도 최고 구간 부담만 늘어

법인세는 최저 구간(2억원 이하) 세 부담액이 2008년(신고기준) 1조2557억원에서 2016년 1조2607억원으로 소폭 늘어난 반면 최고 구간(200억원 초과)은 26조5816억원에서 29조795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최저 대비 최고 구간 세 부담 배율은 21.2배에서 23.6배로 확대됐다.

법인세는 최고 세율이 2008년 25%에서 2009년 22%로 낮아졌지만 정부가 이후 거의 매년 대기업 대상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등 각종 공제를 줄이면서 최고 구간의 실제 세 부담은 늘었다는 분석이다.

“증세로 과세 형평성 더 악화”

정부 계획대로 내년에 소득세 최고 세율이 40%에서 42%(과표 5억원 초과)로 인상되고, 법인세 최고 세율은 22%에서 25%(과표 2000억원 초과)로 오르면 고(高)과표구간의 세 부담 집중도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근로소득자와 법인의 각각 절반가량이 각종 공제 등으로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는 점을 감안하면 과세 형평성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호 의원은 “정부의 포퓰리즘 증세는 과표 상위 구간 납세자의 부담만 더 가중시키는 것”이라며 “이는 근로자에겐 근로 의욕 저하, 기업에는 경쟁력 약화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