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을 다시 체결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을 다시 체결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협상 막바지 3개월간 하루도 제대로 못 잤다. 실무자의 3분의 1가량이 스트레스성 위염 진단을 받을 정도였다.”(한국은행 한·중 통화스와프 담당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과 맞물려 한·중 통화스와프는 지난 10일 협정 만료일까지 연장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을 만큼 예민한 이슈였다.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실리를 택한 양국 전략 덕분에 통화스와프 연장이 성사됐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사드 불똥 튈까 맘 졸인 3개월

한·중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 협상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낸 건 지난 6월부터다. 당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을 만나 “정치와 경제는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정경분리’ 원칙을 강조했다.
사드에 피말린 100일…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김동연·이주열의 정경분리' 통했다
양국은 지난해부터 통화스와프 재연장에 무게를 두고 의견을 조율해왔다. 하지만 올 들어 한국의 사드 배치로 중국과의 갈등이 커지면서 협상이 지지부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특히 중국이 자국민의 한국 여행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을 계기로 협상 파트너였던 중국 측 실무자들의 태도가 확 바뀌었다”고 전했다.

만기를 앞두고 중국 국경절 연휴(10월1~8일)와 겹친 추석 연휴도 변수였다. 한은 관계자는 “당초 협상 시한으로 정했던 9월 말이 다가오면서 양측 실무진 간 협의가 급진전됐지만 연휴 기간 중요한 의사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양측 실무단은 연휴 기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회의를 거듭해 의견차를 줄여갔고, 내부적으론 만기 연장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술적인 검토가 마무리되지 않아 한·중 양국은 지난 10일 만료일까지 입을 굳게 닫았다. 이 때문에 만기 협상이 불발할 것이란 우려도 컸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종 사인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국내 언론들의 보도로 중국 내에서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이 이슈화돼 반발 움직임이 커지면 중국 측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양국 간 외교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도 정부와 한은은 정치 문제와 경제 이슈를 철저히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했고, 결국 이것이 중국 측에도 받아들여진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中, 외교·경제 득실 고려한 최선”

중국은 통화스와프와 관련해 그간 침묵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 만기 전후로 환구시보나 인민일보 등을 통해 한·중 통화스와프가 한국 측에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졌을 뿐이다. 사드 배치에 대해 지속적으로 정부와 관영 매체가 나서 비판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과 양국 관계 개선을 연결짓는 시각을 부담스러워했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양국이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을 성사시키고도 계약 체결식 등 별도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가려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양국 관계가 좋았던 2013년엔 만기보다 1년이나 앞서 통화스와프 협정을 3년 연장하기로 합의하고, 이듬해 미국에서 양국 중앙은행 총재가 직접 사인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중국의 이번 통화스와프 연장 동의는 국제통화로서 위안화의 위상을 강화해 경제적 실익을 챙기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국제 금융·무역시장에서 위안화가 국제통화결제 수단으로 지위를 지키도록 세계 주요 국가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 통화스와프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맞교환하기로 하는 약속. 외환보유액이 바닥나거나 외화유동성 위기가 발생했을 때 다른 나라 통화를 빌려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과 같은 효과가 있다.

김은정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