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이 결합할 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수 있습니다.”

12일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디지털 기술혁명과 에너지산업의 전환’을 주제로 열린 제23회 산업경쟁력포럼에서 안남성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초빙교수(전 에너지기술평가원장)는 “전국 각지에 흩어진 전력을 IoT 등 디지털 기술로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가상 발전소(VPP)를 설립해 일반 발전소처럼 운영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안 교수는 에너지 부문에 다가올 대표적인 ‘파괴적 혁신’으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꼽았다. 일반 가정 및 빌딩, 도시 단위로 태양광 지열 풍력 발전 등이 가능해지면서 민간에서도 한국전력이 독점하던 전력 공급을 할 수 있게 됐다. 소규모 전력 판매 허용 등 전력 거래 방식을 개선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날 수 있다. 태양광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해 저장하고, 전기 자동차 충전용으로 사용할 경우 별도의 전력 공급을 하지 않고도 자급자족할 수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30년까지 발전업계가 △재생에너지 △ESS △전기자동차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 지역에서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스템)를 통해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적으로는 스마트시티 건설, 제로 에너지 빌딩(건물이 소비하는 에너지와 건물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합산해 최종 에너지 소비량이 ‘0(제로)’가 되는 건축물) 건설이 화두가 되고 있는 이유다.

한국에서는 인천시가 지멘스 등과 손잡고 스마트 시티 구축에 나섰다. 하지만 한계도 많다. 김의경 한국에너지공단 건물에너지실장은 “일본은 에너지 공급사와 건설사, 통신사 등이 연합해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며 “한국은 이런 연합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호준 삼성SDI 상무는 에너지 혁신을 위한 ESS 부문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중국이 한국산 배터리 규제와 자국 배터리산업 육성 등을 통해 빠르게 일본, 한국산 배터리를 추격하고 있다”며 “반면 ESS 부문은 정부 정책만 뒷받침되면 한국 기업이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최근 테슬라가 호주에 건설 중인 세계 최대 ESS 구축 사업에 몇 년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던 파나소닉 대신 삼성SDI 제품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송 상무는 이어 “배터리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서플라이 체인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