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 10일 운명 걸린 '위임장 대결'
미국의 소비재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과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 트라이언펀드매니지먼트 회장(사진)이 10일 열리는 P&G 정기 주주총회에서 위임장 대결을 펼친다. 형식상으로는 이사 선임 안건을 둘러싼 표대결이지만 P&G의 브랜드 전략을 결정짓는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아 소비재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라이언은 펠츠 회장을 P&G 이사로 선임해 달라는 주주 제안을 제출한 상태다. 트라이언은 P&G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다. P&G가 트라이언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어 주주총회 위임장 대결을 통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양측이 이사 선임 안건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P&G의 브랜드 전략에 대해 상반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WSJ는 전했다.

P&G는 질레트, 타이드, 위스퍼 등 글로벌 ‘빅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주가 상승률이 미국증시 대표 지수인 S&P500 뿐 아니라 경쟁 기업이 모인 소비재업종 지수에도 크게 못 미쳤다.

펠츠 회장은 “소비자들은 빅 브랜드보다는 독특한 감성과 스토리가 있는 ‘스몰 브랜드’를 선호한다”며 “P&G가 빅 브랜드의 과거 성공사례에 매몰돼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P&G가 이 같은 시대적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회사를 5개로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G 측은 “뉴미디어와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고 빅 브랜드에 사망선고를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뜻을 밝혀왔다. P&G 사외이사인 짐 맥너니는 펠츠 회장이 식품업체 하인즈와 몬델레즈에서 이사로 활동한 경력을 거론하면서 “펠츠 회장이 식품업계에서나 통하는 전략을 P&G에 강요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WSJ는 이번 주주총회 표대결 결과가 소비재업계의 미래전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