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창업한 한국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스카이랩스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심방세동을 조기 진단하는 반지 모양 탐지기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올해 독일의 세계적 제약회사 바이엘이 운영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그랜츠포앱스(Grants4Apps·G4A)에 최종 선발됐다. 창업자인 이병환 대표를 포함, 네 명의 직원이 지난 8월28일부터 100일 동안 베를린 바이엘 본사에 머문다.

베를린에서 만난 이 대표는 “단순한 스타트업 지원이라기보다는 이곳에 있는 동안 바이엘의 다양한 사업 부서들과 사업 기회를 찾는 일종의 매치 메이킹 프로그램”이라며 “바이엘과의 협업을 발판삼아 유럽 시장에서 자리잡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바이엘은 2013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세계에서 650개 스타트업이 프로그램 참가를 지원했고 최종 선발된 곳은 스카이랩스 외에 영국 두 팀, 미국 한 팀 등 네 팀이다. 선발된 팀마다 관련 사업부 고위 임원이 멘토를 맡아 비즈니스 기회를 주선한다. 스카이랩스의 멘토인 요하네스 슈멜은 바이엘의 정보기술(IT) 관련 사업부서(IT Functional Leadership) 수장(SVP)이다. 그는 G4A 프로그램에 대해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아이디어나 기술력이 좋다고 뽑는 것은 아니다. 슈멜은 “바이엘의 비즈니스와 궁합이 잘 맞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스카이랩스의 탐지기는 심방세동의 조기 진단율을 높일 수 있다. 심방세동은 뇌졸중을 유발하는데 바이엘은 뇌졸중 치료제 시장 1위 업체다.

바이엘뿐만 아니라 상당수 독일 대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스타트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독일 최대 통신회사인 도이치텔레콤은 서베를린 중심지 쿠담 지역에 스타트업 지원 공간인 ‘허브 라움’을 개설했다. 독일의 대표적 항공사 루프트한자도 ‘루프트한자 이노베이션 허브’란 자회사를 베를린 최대 상업지역인 미테에 설립했다. 보쉬, 지멘스 등도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조직을 베를린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유망 스타트업 발굴 조직인 삼성넥스트도 올해 베를린에 사무소를 차렸다.

달 탐사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파트타임사이언티스트도 독일 차량 제조업체 아우디, 유럽 최대 통신사 보다폰과 협업한 사례다. 이 회사는 2008년 구글의 무인우주선 달 탐사 프로젝트 ‘루나 엑스 프라이즈’에 응모하기 위해 출범했다. 여섯 명의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이름 그대로 파트타임으로 참여해 회사 이름도 이렇게 지었다. 현재는 35명의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아우디와 함께 개발한 무인 달 탐사선 루나콰트로는 내년 말 달에 보내질 예정이다. 공동창업자인 위르겐 브랜드너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아우디와는 3차원(3D) 프린팅, 경량화 등 분야에서, 보다폰과는 LTE 통신 분야에서 협업해 로봇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베를린=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