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와 카드사가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 확대안을 두고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험사는 카드수수료 비용이 막대한 만큼 수수료율 인하를 주장하고 있지만 카드사들은 다른 업권과의 형평성을 감안해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수료율을 조정하지 못하면 결국 보험사들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험료 카드 납부 확대 놓고 보험사·카드사 충돌
◆보험사 “카드로 적금 드는 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1일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를 열고 이르면 이달 중 보험료 카드 납부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보험사들은 200조원에 가까운 보험료를 매년 받고 있지만 카드 납부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이 중 손해보험사들이 생명보험사들보다 보험료 카드 납부에 더 적극적이다. 전체 보험료 중 20%가량 된다. 손보사들 사이에서 1990년대부터 자동차보험의 신용카드 납부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인 데다 한번에 내야 하는 보험료가 100만원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서다. 반면 생보사들의 신용카드 납부 비중은 전체 보험료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일부 보장성보험에 한해서만 신용카드 납부를 허용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보험료 카드 납부에 소극적인 것은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보험료의 2.2~2.3% 수준을 수수료로 받고 있다. 보험사로선 매월 받는 보험료를 현금에서 카드 납부로 바꾸면 카드수수료만큼을 매출에서 빼야 한다. 암, 건강보험 등 보장성보험보다 월 보험료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저축성보험은 카드수수료도 그만큼 커진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41개 보험사 중 31곳이 카드가맹점으로 등록해 카드로 보험료를 받고 있지만 대부분이 보장성보험이다. 또 보장성보험도 초회보험료만 카드로 받고 2회차부터는 카드 납부를 거절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저축성보험은 사실상 은행의 예·적금과 비슷한 상품”이라며 “저축성보험의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받으라는 것은 예·적금을 신용카드로 하라는 말과 같다”고 주장했다.

◆카드사 “수수료 인하 안 돼”

하지만 보험사들도 정부의 보험료 카드 납부 확대 의지를 거스르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영세 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낮추도록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자 금융당국은 이를 벌충해주기 위해 보험료 카드 납부 확대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로 인해 영세 사업자 지원을 둘러싼 논란이 ‘정부가 할 일을 왜 카드사에 떠미나’에서 ‘보험사 등은 왜 떠미나’로 바뀌고 있다. 대결 구도도 정부와 카드사에서 보험사와 카드사로 전환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큰 정책 흐름을 바꿀 수 없다면 카드수수료율이라도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만약 연간 수입보험료 200조원을 모두 신용카드로 받는다면 카드수수료로 나가는 돈만 4조4000억~4조600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보험사들의 얘기다.

카드사들은 수수료율 인하 요구에 대해 “불가능한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표면적으론 다른 업권과의 형평성을 들고 있지만 정부의 입김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 카드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최근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가계대출 총량 규제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수수료율을 낮추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험료 카드 납부 확대안이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수수료로 나가는 비용만큼 보험료를 올리거나 보장범위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와 실손보험료 인하 압박에 더해 카드수수료까지 더 내라고 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