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몽골 유통시장서 돌풍
이마트가 몽골 유통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마트는 한국의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9일 몽골 울란바토르 서부 호룰루 지역에 몽골 2호점을 열었다. 자동차가 붐비고 유동 인구가 많은 쇼핑가에 들어선 점포다. 전용 건물을 지어 지난해 7월 개장한 1호점과 달리 2호점은 ‘솔로몰’이라는 쇼핑몰 1, 2층에 들어섰다.

2호점은 5082㎡(1540평)로 1호점(7590㎡) 보다 작다. 그런데도 또 하나의 이마트 점포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개점 이전부터 몽골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마트, 몽골 유통시장서 돌풍
◆개점 전부터 ‘이마트 투’에 큰 관심

2호점 개점을 위해 현지를 방문한 이마트 관계자들에 따르면 몽골 소비자들은 몽골 1호점을 ‘이마트 원’, 2호점을 ‘이마트 투’로 부른다. ‘이마트 투’를 모르는 택시 기사들이 거의 없을 정도다. 거리의 버스 정류장 광고판에서도 이마트 로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마트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은 호텔에서도 느껴졌다고 한다. 한 호텔 직원에게 “한국 이마트에서 왔다”고 하자 “드디어 오늘 오픈이냐. 이마트가 또 하나 생겨 너무 기대된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한 시민은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몽골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부터 한국 문화도 확산하기 시작했다”며 “이마트가 몽골에 진출한 뒤로는 한국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게 돼 식생활까지 한국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몽골 유통시장서 돌풍
◆대형마트 시장 선점 효과

개점 첫 날 이마트 몽골 2호점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매장 내 쇼핑 인원을 조절하기 위해 여덟 번이나 임시로 문을 닫았다 열었다 할 정도였다.

2호점의 상품 수는 SKU(stock keeping unit· 개별 상품의 재고 관리를 위해 사용되는 식별 코드) 기준으로 1만2000개다. 이 중 약 35%가 한국 상품이고, 한국 상품 중 약 40%는 중소기업 상품이다. 한국 상품의 인기는 1호점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개점한 1호점의 연 매출 약 420억원 가운데 20%를 한국 상품이 차지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울란바토르에는 20여개의 하이퍼 슈퍼마켓(1650㎡·500평 규모)가 영업중이지만, 거의 모든 상품 구색을 갖춰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대형마트는 이마트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주 고객층은 소득 수준이 중산층 이상인 가정이다.
이마트, 몽골 유통시장서 돌풍
◆한국식 피자 치킨 김밥 ‘불티’

이마트는 현지 소비자들의 한국 상품 선호도를 감안해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식 운영 노하우를 적용했다.

대표적인 상품이 피자 치킨 김밥 삽겹살 등이다. 몽골 이마트는 한국 직영 직원을 몽골에 상주시켜 김밥, 치킨, 피자를 한국 레시피대로 만들어 판매한다.

울란바토르엔 최근 피자 전문점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탓에 피자는 여전히 가정에서 쉽게 먹기 어려운 음식이다. 그러나 이마트가 피자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식가’가 많은 몽골인들 답게 1인 1판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1호점에선 하루 피자 판매량이 500판에 달할 정도다. 2호점에서 대기하는 줄이 가장 긴 곳도 피자코너다.
치킨과 김밥도 인기다. 이마트 매장에서 직접 튀긴 치킨은 하루 500마리 이상, 김밥은 하루 1000줄 이상 팔린다.

삼겹살은 이마트가 들어선 이후 인기가 치솟은 품목이다. 방목하는 양 소 말 낙타 등과 달리 농장에서 직접 키워야 하는 돼지는 최근 들어서야 몽골인들의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다. 요리 방식은 고기를 솥단지에 넣어 찐 ‘허르헉’이 대부분이었다. 현지 마트들이 삽겹살을 덩어리 정육으로 판매해온 이유다. 그런데 한국 식문화 확산으로 고기를 가정에서 프라이팬에 구워먹는 소비자들이 늘자 이마트는 삼겹살을 ‘슬라이스’해 팔고 있다.
이마트, 몽골 유통시장서 돌풍
◆연어회 광어회도 판매

이마트 몽골점은 한국 상품을 소비자들이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인 ‘엔드캡’에 주로 배치했다. 이마트 자체브랜드(PB)인 ‘노브랜드’는 가공식품 매장 한쪽 벽면에 전용 상품 코너를 마련했다. 농산물은 시즌별로 한국산 귤, 포도, 딸기 등을 들여와 판매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연어회 광어회 등을 판매하며 한국식 ‘회’ 문화도 들여왔다. 코다리 오징어 등도 추가로 판매할 계획이다. 바다에 접하지 않는 지리적인 특성 때문에 몽골 소비자들은 그동안 갈치 연어 등 일부 냉동 수산물을 접할 수 밖에 없었다.

또 매일 아침 우유를 끓여 만드는 전통차인 ‘수태차’를 마시는 몽골인들의 식습관을 고려해 원유 판매 코너도 마련했다. 기존 하이퍼 마켓에서는 여름 시즌에만 통에 넣어 판매하던 원유를 이마트는 상시 판매하고 있다. 몽골 현지식을 즉석조리 매장에서 주문해 바로 먹을 수 있는 스낵 코너도 인기다. 규모가 작은 로컬 하이퍼 마켓에서는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이마트는 현지 유통기업인 알타이그룹의 ‘스카이트레이딩’과 협약을 맺고 브랜드와 점포 운영방법, 상품 등을 수출하고 로열티를 받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지난해 7월 몽골 시장에 진출했다. 1호점은 지난해 7월 오픈 이후 계획 대비 140% 수준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질 좋은 한국 제품에다 기존에 접하기 어려웠던 신선도 높은 식품 등 먹거리 운영 노하우가 더해지면서 점점 많은 몽골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