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시 국민과 직접 예금거래 초래…중앙은행 취지와 상충"

비트코인 등 디지털화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지만, 한국은행은 2일 디지털화폐가 일반화폐처럼 쓰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관련 최근 논의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지금으로써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조만간 발행될 가능성은 낮고 발행되더라도 은행간 거래(국내거래)나 중앙은행간 거래(국내거래)에 특화된 지급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가 일반 경제주체를 대상으로 발행돼 일상생활에서 쓰이기에는 법률적, 기술적, 정서적 장애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앙은행의 거래 대상과 결제시스템 문제를 거론했다.

보고서는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은 모든 국민이 중앙은행과 직접 예금거래를 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이는 중앙은행 설립 취지와 상충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많은 중앙은행은 법률에 따라 일반 경제주체와 직접 예금거래를 할 수 없다.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경우 자금세탁방지 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 등 복잡한 법률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 중앙은행이 '티머니' 등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발행하는 민간업체와 경합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민간은행의 업무영역이 축소돼 사회 전체의 금융중개기능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보고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법화로서 모든 거래에서 자유로게 이용되려면 중앙은행이 운영하는 결제시스템도 24시간 가동돼야 한다"며 "이는 기술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중앙은행이 전 세계 해커들의 집중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디지털화폐 발행 가능성 낮다… 일상생활 활용에 제약"
다만, 보고서는 디지털화폐가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도매시장에서만 사용되더라도 거래량이 매우 크기 때문에 금융인프라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해외 금융계, IT(정보통신)기업, 중앙은행 등에서 화두로 떠올랐지만 국가별 입장은 다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과정에 있는 영국과 현금 이용이 크게 감소한 스웨덴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가능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면, 중앙은행의 예금거래 대상을 예금수취기관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미국은 디지털화폐 문제에 가장 소극적이고 비판적이다.

한국은행은 디지털화폐를 화폐의 일종이 아니라 상품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