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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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8년차인 주부 강모씨는 추석연휴에 큰집을 찾아 일손을 돕다가 한 가전제품을 발견했다. 뒷베란다 세탁기 옆에 놓여 있던 건조기였다. 대식구지만 빨래를 그날그날 빨고 건조하다보니 널었다가 기다렸다 개는 것보다 빨래 시간이 줄었다는 얘기에 큰집이 마냥 부러웠다.

강 씨 뿐만이 아니다. 명절에 친척·친지집에서 먹고 자다보면 새로들인 가전제품에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하다. 어떻게 샀는지 얼마인지 등의 얘기를 하다보면 평소에 불편함을 못 느꼈더라도 '나도 좀 사볼까'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옷과 같은 패션이나 화장품, 자동차 등을 취향이 있지만 가전제품은 필요성이나 가성비가 관심사다. 가족들이 모이다보니 '우리 가족들에게도 필요할까?'라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 남성 가사분담 늘어나…청소기 등 가전제품 관심도 '증가'

올해 베스트 셀링 가전제품이라면 어느 집안에서든 눈길을 끌기 충분해 보인다. 예전 새로나온 가전제품이라면 크기가 커지거나 기능이 추가되는 수준이었다. TV의 인치가 커지거나 세탁기에 리모컨 기능이 더 들어가는 식이었다.

하지만 올해 히트상품은 '혁신'에 가깝다. 구동방식이나 원리 자체가 바뀌면서 제품의 기능이 대폭 업그레이드 되거나 아예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 나왔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에 다른 집을 방문해서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봤다면 흥미를 느낄만한 제품들이다.

최근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관심제품 1호는 '무선 청소기'다. 선만 없는 형태가 아닌 청소기 모터가 손잡이 부분에 달려 있는 '상중심 무선청소기'다. 높은 곳을 청소할 때 유리하고 헤드 부분이 좁아 가구 밑 등 좁은 공간도 쉽게 청소할 수 있다.

지난해 영국 수입제품인 다이슨에서 시작된 무선청소기는 올해 LG전자와 삼성전자까지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관심제품 1호'로 떠올랐다. 남성들이 가사분담 목록에 '청소'가 빠지지 않는데다 분담율도 높아지고 있다보니 청소기에 관심이 많아졌다.
남성들의 가사분담이 많아지면서 청소기모델로 남성들이 늘고 있다. LG전자 코드제로 청소기 A9의 광고모델 서장훈(왼쪽)과 테팔  '에어포스 360'의 모델 김종국.
남성들의 가사분담이 많아지면서 청소기모델로 남성들이 늘고 있다. LG전자 코드제로 청소기 A9의 광고모델 서장훈(왼쪽)과 테팔 '에어포스 360'의 모델 김종국.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전국의 만 18세 이상 배우자가 있는 남성을 대상으로 가사 분담 상황을 조사해 2006년과 비교했다. 분담비율은 늘어났고 분담목록은 비율순으로 청소, 빨래, 저녁 식사 등의 순이었다.

응답자 중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청소하는 남편은 2006년 19.8%에서 지난해 21.6%로 상승했다. 빨래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9.1%에서 12.0%로 높아졌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는 남편은 2006년 11.5%에서 지난해 15.3%로 증가했다.

LG전자가 지난 7월 'LG 코드제로 A9'의 국민체험단 100명을 모집할 당시, 8만여명의 응모자 중 45% 가량이 남성인 점도 이를 대변한다. 청소기 제조회사들도 이 점을 감안해 제품 모델로 남성을 내세우고 있다.

◆다이슨 vs LG전자 vs 삼성전자 vs 기타 외국산

주요 무선청소기 제품은 다이슨 'V8카본파이버', LG전자 '코드제로A9', 삼성전자 '파워건' 등이다. 3개의 제품 모두 가격이 100만원 안팎을 호가한다. 만만치 않은 가격대다보니 비교가 필수다.

매장, 인터넷, 홈쇼핑 등에서 모두 구입이 가능한 대신 가격 차이는 벌어진다. 사양이나 다양한 브러시가 포함된 액세서리, 구매방법 등에서 가격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다이슨 제품의 경우 해외쇼핑몰에서 직구를 통해서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입경로가 영국인지 일본인지 등에 따라 사양 차이가 나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무선청소기 주요 제품 비교(자료 한경DB)
무선청소기 주요 제품 비교(자료 한경DB)
두 부부가 비슷하게 청소기를 사용하고, 가벼운 걸 선호한다면 다이슨 제품이 낫다. 무게가 3사 중에서 가장 가볍고 흡입력도 가장 강력해서다. 하지만 배터리가 고정형이고 벽에 고정을 시키기 위해 못을 박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러한 번거로움을 줄이자면 LG전자 제품이 적당하다. 세워놓을 수 있는 구조인데다 배터리 충전시간이 짧다. 3개의 제품중 유일하게 길이조절이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파워건'은 핸들 각도 조정이 강점이다. 나머지 제품과는 달리 브러시가 2개인 점이 특징이다.

이 밖에도 프랑스 테팔의 '무선청소기 에어포스 360'나 영국 지테크의 '멀티 파워 플로어' 등 해외가전회사들이 국내에 무선청소기들을 내놨다. 주요 3개 회사의 제품들보다 저렴하고 성능도 좋은 편이어서 생활패턴에 따라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전제품 '핫 아이템' 히트펌프식 건조기, 무풍에어컨 등

앞서 강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건조기는 올해 '히트상품'이다. 기존의 고온열풍 건조기는 전기로 말리다보니 옷감이 손상되고 전기료가 높게 나오는 단점이 있었다. 가스방식을 사용하려다보니 배관공사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국내 출시되는 건조기는 ‘히트펌프(Heat-Pump)’ 건조기로 전기료와 옷감손상의 부담을 줄이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건조기는 전기 건조기로 저온건조와 제습 과정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LG전자는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인 '트롬 건조기'의 올해 판매량이 작년대비 10배가 늘어났다. 구동 속도를 자유 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스피드 모드, 에너지 모드 등 다양한 코스 선택이 가능하다. 표준 코스 1회 사용 시 전기료가 약 151원, 에너지 모드를 선택할 경우엔 135원에 불과하다.
(왼쪽부터) LG전자의 '트롬 건조기'와 삼성전자의 '무풍에어컨'
(왼쪽부터) LG전자의 '트롬 건조기'와 삼성전자의 '무풍에어컨'
가족들이 많이 모이다보면 가을인 추석이라도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를 사용해야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거실에서 시선을 모을 제품은 삼성전자의 '무풍에어컨'이다. 무풍에어컨은 올해들어 지난 7월말까지만 100만대가 팔린 그야말로 초대박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무풍 에어컨 덕분에 국내 스탠드형 에어컨 시장에서 부문에서는 약 70%까지 시장점유율이 올라갔다.

무풍에어컨은 ‘바람 없이 시원한 냉방’이라는 새로운개념을 도입한 제품이다. 쾌속 냉방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쾌적 온도에 도달하면 13만5000천개의 ‘마이크로 홀’을 통해 균일하게 냉기가 나온다. 직바람 없이 냉방을 구현하는 혁신적인 기능에 에너지 절약까지 해주는 제품이다.

한편 여유있고 비디오에 관심이 많은 집이라면 최소 50인치 이상의 TV를 샀을 것이다. 벽에 거의 붙어있다시피한 TV를 봤다면 삼성인지 LG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LG전자의 OLED TV와 삼성전자의 QLED TV가 각사의 우수성을 내세우면서 마케팅전이 치열하다.

고가전략만을 내세우면서 '프리미엄'을 강조했던 두 회사는 최근들어 가격을 낮추거나 상품권을 증정하는 등의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대세가 애매한만큼 신제품을 살 요량이라면 시간을 두고 이벤트를 확인하는 걸 추천한다. 이달 말까지 '코리아세일페스타'인 점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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