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교내에서 기증받은 의류를 옷캔에 전달하기 위해 상자에 담고 있다. 옷캔 제공
학생들이 교내에서 기증받은 의류를 옷캔에 전달하기 위해 상자에 담고 있다. 옷캔 제공
“아기 옷이랑 신발 ‘무나(무료나눔)’해요. 필요한 분은 쪽지 주세요.”

가정주부 고성혜 씨(37)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미니멀리즘 게임 ‘인증샷’을 올릴 때마다 ‘무나’ 신청을 받는다. 고씨는 “정성껏 고르고 아껴 쓴 물건들이라 나에게는 필요 없어도 누군가가 가치 있게 써줬으면 한다”며 “지난달에는 ‘형편이 어려운데 육아용품을 보내주면 조심히 쓰고 또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겠다’는 쪽지를 받고 아기 베개, 이불 등을 보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니멀리즘 게임을 즐긴 뒤 물건을 버리지 않고 기부와 나눔을 택하는 ‘미니멀리즘 게이머’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SNS 인증샷이 자연스럽게 나눔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직장인 김태리 씨(33)는 “SNS에 버리는 물건들의 사진을 올렸다가 ‘양도해줄 수 있느냐’는 쪽지를 받으면 택배로 보내주곤 한다”고 했다.

안 입는 옷 그냥 드려요… '의류 기부'도 해마다 늘어나
SNS를 통한 나눔·기부가 활발해지자 비영리단체들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기부 신청을 받는 등 SNS를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비영리단체 ‘옷캔’은 국내에서 옷을 기부받아 빈곤국 등에 전달하는 의류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기부자가 인터넷 홈페이지나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신청한 뒤 옷을 상자에 넣어 집 앞에 두면 옷캔이 이를 수거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지부티 등으로 보낸다. 옷캔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 27만5000여 명이 의류 나눔에 동참했다. 지난해에만 약 270t의 의류를 기부받았다. 옷캔 관계자는 “기부자의 80%가 20~40대로 SNS 활용도가 높은 연령대”라며 “비영리단체들은 따로 돈을 들여 광고를 내거나 홍보활동을 하기 힘든 만큼 100% SNS를 통해 기부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미니멀리즘 게이머의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틈틈이 미니멀리즘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박미란 씨(38)는 쓸 만한 물건은 따로 ‘나눔박스’에 담아 배송한다. 인터넷쇼핑몰 ‘옥션’의 나눔박스 캠페인은 비영리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와 함께하는 사회공헌활동이다. 회원에게서 기증받은 중고품을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판매한 뒤 수익금을 사회단체에 기부한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나눔박스 기부 신청자 수는 1만114명, 접수된 기부물품은 16만4186건에 달한다. 이마음 옥션 브랜드마케팅팀 매니저는 “따로 마케팅하지 않았는데도 SNS 입소문을 통해 기부 참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미니멀리즘 게임 후 기부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