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저출산·고령화 먼저 겪어…모범 정책들 벤치마킹해야"
일본은 한국에 여전히 연구대상이다. 30년 가까이 일본 경제를 연구해 온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사진)은 “일본의 실패 사례는 타산지석으로 삼고 성공 사례는 벤치마킹해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도쿄가 고향인 이 수석연구위원은 재일 동포 1세 아버지와 2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 동포 2세다. 일본 호세이대 경제학부를 다닐 당시 ‘닉스(NICS·신흥공업국)’ 관련 논문을 준비한 것을 계기로 1988년 한국에 건너왔다.

그는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유럽 등 선진국을 추격하는 형태로 공업화를 정책적으로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본은 한때 ‘일본주식회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부·재계·관료가 한 몸이 돼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 첨단산업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했다”며 한국도 이런 일본을 참고하면서 압축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주도형 경제운영 시스템은 1990년대 초 일본에서 자산거품이 꺼지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정부 주도형 시스템은 모방의 시대에선 유효했지만 선진국과 함께 경쟁하면서 새로운 뭔가를 창조해야 하는 시대에선 그 효과가 떨어진다”며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에서 나오는 창의가 더욱 필요한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혁신 국가를 자처하고 구조 전환에 나서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그는 “일본이 1990년대 이후 규제 완화, 창조적 경제 시스템 강화에 주력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추진된 정책과 채택되진 않았지만 참고가 될 만한 아이디어를 한국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일본의 고령화 정책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은 저출산, 인구 고령화 문제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겪은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과 대책이 참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연금 재정 악화와 복지 문제 등 국가 차원의 문제뿐만 아니라 개인·기업 차원의 준비 상황도 참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일본 기업은 각종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 고령자를 배려한 디자인·구조를 우선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와 성과가 인구 고령화에 직면한 한국의 정책 개발과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경합 상대이자 협력 파트너로서 일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책적 측면에서나 기업 전략 측면에서 일본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연구하려는 자세가 없으면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