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일본 대도시 직장인들이 점심 외식을 안하는 이유
일본 대도시 직장인 중 점심을 외식하는 이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식당 앞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대신 사무실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회사원들이 늘고 있다. 점심 시간에 여가활동을 즐기거나 휴식을 취하려는 직장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영향이다. 도쿄 등 대도시에선 이 같은 직장인 수요를 타깃으로 한 도시락 배송업체의 사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도시락 가격도 개당 500엔(약 5100원) 내외로 저렴한 편이다. 도시락 메뉴가 500개에 달하는 업체도 있다. 유명 레스토랑의 브랜드가 달린 도시락도 사무실로 배달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대도시 직장인들의 달라진 점심 식사 모습을 다룬 기사를 최근 보도했다.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도시락 배송업체의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한경·네이버 FARM] 일본 대도시 직장인들이 점심 외식을 안하는 이유
일본 회사원들 사이에서 점심 도시락이 인기를 끄는 건 점심시간에 개인적인 용무를 보거나 여가활동을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본 신세이은행의 지난 6월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남성 근로자가 평일 점심 식사에 들이는 시간은 22분으로 1983년에 비해 11분이나 줄었다. 같은 조사에선 응답자의 16.2%만이 최근 평일에 회사 밖으로 나가 점심을 해결한다고 답했다. 2014년 조사보다 응답률이 2.6%포인트 떨어졌다.

기사는 일본 도쿄 긴자에 자리 잡은 컨설팅 회사 ‘링크 앤 모티베이션’ 본사 앞에 약 250개의 도시락 상자가 차곡차곡 쌓여있는 모습을 묘사하면서 시작된다. 도시락 배송업체 사쇼쿠루(Shashokuru)가 이 회사에 매일 배달하는 점심 도시락이다. 이날 배송된 도시락은 모두 열 가지로 이중 마음에 드는 메뉴를 선택해 가져가면 된다. 도시락은 개당 500엔(약 5100원)으로 주변 식당들의 점심 가격의 절반 수준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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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쇼쿠루가 제공하는 도시락 메뉴는 500여 종이다. 가격은 450엔(약 4600 원)~1000엔(약 1만 원) 사이다. 이중 50종은 유명 음식점과 함께 만든 도시락으로 해당 음식점의 브랜드가 붙는다. 사쇼쿠루가 도쿄 시내 115개 업체에 매일 다른 메뉴의 도시락을 배송한다.

일본 다른 대도시에서도 직장인들 사이에 도시락 배송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교토에 본사를 둔 도시락 배송업체 에이빅(Aivick)이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계약을 맺은 고객사 사무실에 전용 냉장고를 마련한 뒤 그 안에 주문받은 도시락을 채워 넣는다. 도시락의 유통기한은 나흘이다. 고객사 직원들은 원할 때마 도시락을 꺼내 식사를 할 수 있다. 에이빅은 일식, 중식, 양식을 포함한 600여 종의 메뉴를 구비하고 있다. 도시락 가격은 개당 600엔(약 6100원) 수준이다.
[한경·네이버 FARM] 일본 대도시 직장인들이 점심 외식을 안하는 이유
오피스 오캉(Office okan)도 전용 냉장고를 사용해 도시락과 반찬, 간식거리를 배송하는 업체다. 2012년 설립된 이 회사는 고객사 사무실에 전용 냉장고를 설치한 뒤 밥, 반찬, 수프 등 30여 종의 제품을 채워 넣는다. 고객사 직원들이 원하는 제품을 꺼내 전자레인지로 데워 먹는 방식이다. 밥과 반찬은 개당 1000원, 수프는 개당 2000원가량이다. 고객사 직원들은 음식을 꺼내 먹을 때마다 냉장고에 설치된 요금통에 돈을 넣는다. 구내식당을 마련하지 않아도 직원들에게 식사를 제공할 수 있어 소규모 기업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점심 도시락 배송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점심시간에 식사 말고 다른 활동을 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일본 포장 음식 제조업체인 후지코(Fujicco)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00명 가운데 70%가 “점심시간에 그저 식사만이 아니라 다른 활동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업무와 개인적 삶의 균형을 강조하는 트렌드가 한국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점심 도시락 배송 사업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FARM 홍선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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