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 부동산을 거래하면서 탈세를 저지른 혐의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지난달 9일에 이어 한 달 반 만에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 혐의자에게 세무조사의 칼을 뽑아들었다. ‘8·2 부동산 대책’에도 강남 아파트 가격이 이달 들어 속속 전고점을 돌파하는 등 불안 조짐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국세청은 27일 서울 강남과 부산 등의 재건축 아파트(분양권 포함) 취득자와 다주택 보유자 가운데 투기와 탈세 혐의가 짙은 302명을 세무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취득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변칙 증여를 통한 세금 탈루, 공공택지 분양권 다운계약 등의 혐의가 의심되는 거래자가 대상이다.

국세청은 이들의 가족이 최근 5년간 거래한 부동산 내역과 재산 변동 상황을 정밀 분석하고 필요 시 금융계좌도 조사하기로 했다. 변칙 증여가 확인되면 증여세를 추징하고 사업소득 탈루 사실이 드러나면 관련 사업체까지 통합조사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지난달 9일에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부동산 거래 관련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당시엔 다주택 보유자와 30세 미만 미성년 주택 보유자, 불법행위를 조장한 부동산 중개업자 등 286명이 주요 대상이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서울 강남, 부산 등에서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토지시장에서도 공공택지 청약 경쟁률이 치솟는 등 일부 과열 현상이 있다”며 “이로 인해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추가 세무조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취득자 중 취득 자금과 비교해 자금 원천이 부족한 경우 등을 이번 세무조사 대상으로 집중 선정했다. 한 근로소득자는 연봉이 수천만원에 불과하지만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입주권을 11억원에 매입했다가 이번에 편법 증여 여부를 조사받는다. 특별한 소득이 없는 70대 주부도 서울 잠실 주공5단지아파트를 15억원에 취득했다가 증여세를 추징당할 위기에 처했다.

한 성형외과 의사는 소득을 적게 신고했음에도 작년부터 서울 개포주공아파트 등 모두 32억원어치의 아파트 3채를 샀다가 이번에 사업소득 누락 여부까지 조사받는다.

최근 5년간 주택 가격 급등 지역에서 주택을 추가로 취득했지만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다주택자도 이번 세무조사 대상이다. 뚜렷한 소득이 없으면서 지난 4년간 서울 반포의 주택 등 3채를 36억원에 산 사람 등이 대표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 26일부터 투기과열지구에서 거래액 3억원 이상 주택을 취득한 사람은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자금 출처 적정 여부를 정밀 검증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