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최고 차량용 반도체 eUFS
현존 최고 차량용 반도체 eUFS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성능을 갖춘 자동차용 메모리 제품 양산을 시작한다고 26일 발표했다. 2015년 11월 독일 아우디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22개월 만이다. 데이터 입력 속도가 기존 타사 제품보다 여섯 배가량 빠른 게 특징이다. 많은 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자율주행 기능에 최적화한 제품이다. 내년부터 독일 등 유럽 완성차업체를 중심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관련 시장에서 점유율을 본격적으로 늘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존 최고 차량용 메모리

삼성전자가 이날 내놓은 제품은 128기가바이트(GB) eUFS(embedded universal flash storage)다. 낸드플래시 반도체에 이를 제어하는 전용 컨트롤러를 함께 부착한 제품이다. 차량용으로 사용돼온 eMMC(embedded multi media card)만큼 적은 전력을 소비하면서도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맞먹는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 "자동차 메모리 시장 정복, 지금부터 시작"
현재 고급 차량에 적용된 eMMC 5세대 모델과 비교해 eUFS는 하나의 대용량 파일을 읽어들이는 속도가 3.4배, 여러 개로 나뉜 파일을 입력하는 속도는 6.4배 빠르다. 졸음운전 등으로 차선을 이탈하는 차량 위치를 바로잡는 등의 역할을 하는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은 높은 데이터 처리 속도를 필요로 한다. 각종 센서와 카메라 등으로 수집되는 주행 관련 정보를 빠르게 처리해야 적기에 차량을 제어할 수 있어서다. 2020년부터 5세대(5G) 이동통신이 차량에 적용되면 차량과 차량, 차량과 데이터센터 간 통신량은 더 늘어난다. 이런 대용량 데이터 처리도 eUFS가 담당한다.

삼성전자는 2015년 1월 스마트폰용 eUFS를 내놓은 이후 관련 제품을 늘려가고 있다. 이번에 나온 차량용 eUFS는 스마트폰용 최신 eUFS보다 입력 속도는 떨어지지만 차량에 맞는 다양한 기능을 적용했다. 우선 온도감지 센서를 갖춰 차량 내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가면 냉각장치로 온도를 낮출 수 있도록 했다. 일정 기간이 지난 데이터는 다른 저장공간에 옮겨 저장하는 ‘데이터 리프레시’ 기능도 도입했다. 10년 이상 사용하는 차량에서 반도체의 성능 저하로 특정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자동차용 메모리 시장 주도한다”

차량용 메모리가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5%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성장률은 가장 빠르다. 2020년까지 시장 비중은 10%까지 팽창할 전망이다. 자율주행 기술 도입은 물론 차량의 전장(電裝)화도 성장세를 이끄는 이유다. 1990년대 후반 20%에 불과하던 차량 내 전장부품 비중은 40%까지 높아졌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는 이 비율이 75%에 이른다. 아날로그 바늘로 표시하던 속도계도 최신 차량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색깔과 숫자로 바뀌는 등 전장화됐다. 이 같은 전장부품을 제어하려면 그만큼 많은 반도체가 필요하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는 차량용에서는 후발주자다. 차량 부품 개발에는 완성차업체와의 긴밀한 협업이 중요한데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고 있어서다. 미국 마이크론과 일본 도시바 등이 일찍 관련 시장에 진출해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업계 관계자는 “이번 신제품 출시로 삼성전자가 관련 시장에서 열세를 뒤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지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장(전무)은 “업계 최초인 자동차용 eUFS를 글로벌 메이저 완성차 회사에 공급하게 됐다”며 “용량과 성능, 안정성 등을 더욱 높인 차세대 제품을 계속 내놔 자동차용 메모리 시장을 주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