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있으면 사내하도급 더 쓴다…"고용 유연성 확보 위한 고육지책"
국내 대기업 5곳 중 3곳은 사내하도급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가 있는 대기업의 사내하도급 비율이 무노조 기업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말 국내 500대 대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주요 대기업 사내하도급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 기업 155곳 중 58%(90곳)가 사내하도급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이 활용하는 하도급 업체 수는 평균 15.3곳, 하도급 근로자 인원은 평균 706명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사내하도급을 활용하는 기업의 62%가 제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화학·에너지(11%) △도소매·유통(10%) △해운·운수(3%) 등의 순이었다. 특히 노조가 없는 기업(34%)보다 노조가 있는 기업(66%)이 사내하도급을 더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노조가 있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고용 경직성이 높아 경기 변화에 따라 인력을 신속하게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내하도급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내하도급을 활용하는 이유(중복 응답)에 대해서는 ‘물류비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통한 가격경쟁력 제고’가 43.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근로자를 쉽게 고용하고 해고할 수 없는 환경’(34.4%), ‘상시업무는 아니지만 숙련도가 필요하거나 직원들이 기피하는 작업’(27.8%), ‘외부 전문인력을 활용하기 위해’(12.2%) 등의 순이었다. 다양한 근로 조건과 임금 수준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미다. 반면 ‘단순 업무에 정규직과 비슷한 임금을 지급하는 게 곤란해서’라는 응답은 7.8%에 그쳤다.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경우 예상되는 추가 고용인원은 업체당 평균 336명으로 집계됐다. 인건비 증가분도 연 평균 62억8568만원으로 나타났다.

사내하도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대책에 대해서는 ‘도급과 파견의 구별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58.9%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현행법 내 파견 규제를 완화해 사내하도급 업무를 파견으로 전환해야 한다’(23.3%), ‘노사협력을 통해 직무급 임금체계를 도입해야 한다’(13.3%) 등의 순이었다.

좌동욱/강현우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