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장기 투자가 또 한 번 빛을 발하고 있다. 10년 전 시장의 냉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 비야디(BYD)에 단행한 투자가 최근 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시장 키우기에 나서면서 지난 1주일 새 비야디 주가는 50%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10년을 내다보는 계획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단 하루도 투자하지 말라’는 버핏 회장의 투자 철학이 이번에도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중국 비야디 주가 50% 폭등… 버핏 '10년의 기다림' 결실 보나
◆시장 냉소에도 투자 밀어붙여

홍콩과 선전 증시에 상장된 비야디 주가는 지난주부터 연일 급등세다. 홍콩 증시에서는 8거래일 동안 50%가량 뛰었다. 21일에도 전날보다 4% 가까이 올랐다. 가격 제한폭이 있는 선전 증시에선 같은 기간 26% 상승했다. 지난주 중국 정부가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전면 중단하는 시기를 검토한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버핏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2억3000만달러(약 2600억원)를 들여 비야디 지분 9.09%를 매입했다. 당시 미국 월가에선 이름도 생소한 기업이라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한 자동차 전문매체는 일본 자동차 디자인이나 베낀 것 같은 회사에 돈을 쏟아부었다고 비판했다. 1995년 직원 20명의 배터리 제조사로 시작한 비야디는 2008년에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며 친환경차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버핏 회장은 “비야디가 머지않아 세계 전기차 시장의 리더가 될 것”이라며 전혀 개의치 않았다.

화제를 몰고 다니는 버핏의 투자였기에 당시 비야디 주가는 급등했다. 비야디는 단숨에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으로 부상했다. 그것도 잠시, 비야디가 이후 몇 년간 큰 폭의 적자를 내자 시장에선 잘못된 투자라는 혹평이 나왔다. 그런데도 버핏 회장은 비야디 경영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비야디는 회의론을 불식시켰다. 2015년 전기차 6만1722대를 팔아 미국 테슬라와 일본 닛산, 독일 BMW 등을 제치고 세계 전기차 시장 판매 1위에 올랐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도 세계 1위인 일본 파나소닉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비야디의 순이익은 전년보다 79% 늘어난 50억5200만위안(약 8200억원)에 달했다. 자동차 분야 매출은 전년보다 41% 늘어난 550억2200만위안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신에너지차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버핏 회장이 비야디 주식을 매수할 때 주가는 8홍콩달러대에 불과했다. 현재 홍콩 증시에서 71홍콩달러대까지 주가가 오른 점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800%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비야디의 성공에 주목한 삼성전자는 작년 30억위안을 투자해 지분 1.92%를 사들였다.

◆전기차 시장 키우는 중국 정부

중국 정부가 전기차 시장 키우기에 속도를 내면서 비야디의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신궈빈 공업정보화부 부부장(차관)은 최근 “신에너지 차량 개발을 촉진하고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 중단 일정표를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휘발유·경유차 판매 중단 추진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신 부부장은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영국,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204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또 100% 지분을 갖는 해외 전기차 업체의 진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은 1994년 이후 ‘50 대 50 규정’으로 불리는 합작투자 규제를 시행해왔다. 지금까지 외국 자동차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현지 파트너와 합작 투자사를 설립해야 했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전기차에 한해 합작 투자사를 설립하지 않고 외국 기업이 독자적으로 진출할 길을 열어줄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를 7대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했다. 올 1~7월 세계 순수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6.6%로 지난해 동기 대비 23.2% 늘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정책이 구체화하면 중국에서 전기차 시장 1위를 꿰찬 비야디가 다시 도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증권가에선 올해와 내년 비야디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6%, 35%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