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크레디트스위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JP모간, 교보증권 등 4곳을 자본확충 자문단(equity financing advisory)으로 선정하고 올해 말까지 자본확충 방안을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자문단은 IPO를 통한 자본확충, 3자배정 방식 증자 등을 제안할 것으로 보험업계는 보고 있다. 교보생명은 자문단이 내는 안을 검토해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자본확충에 나설 예정이다.
교보생명, 자본확충 자문단 구성… 2018년엔 상장하나
보험업계에선 교보생명이 IPO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교보생명의 2대 주주인 어피너티 컨소시엄 등이 교보생명에 IPO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24%를 나눠 인수한 곳이다. 교보생명은 어피너티 컨소시엄에 투자자금 회수 차원에서 IPO를 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IPO를 하지 않고 다른 방식의 자본확충을 한다면 소송전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교보생명은 하지만 IPO를 하게 되면 헤지펀드의 공격이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신창재 회장 지분율이 33.78%인데 신주 발행으로 지분율이 떨어지면 언제든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교보생명은 IPO든 3자배정 증자든 2021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준비를 위해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보험회계에선 가입자에게 미래에 내주기로 약속한 보험금을 부채로 잡는다. IFRS17은 보험 부채를 계약시점의 금리를 적용한 ‘원가’가 아니라 해마다 달라지는 ‘시가’로 평가한다는 게 골자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선 부채 규모를 크게 잡을 수밖에 없다.

다른 생명보험회사와 마찬가지로 교보생명도 IFRS17에 따른 회계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과거 성장기에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많이 팔았기 때문이다. 부채 급증이 예상되기 때문에 자본을 미리 확충해 둬야만 하는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7월 국내 보험사 중 처음으로 5억달러(약 5600억원)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지만 IFRS17을 대비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자본 확충을 위해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