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금융감독' 왜 급부상했나

김상조 위원장 '입김'으로 문 대통령 공약집에 올라
입장 바뀐 금융위원회, 규제수준 오히려 더 높여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통합금융감독시스템이 급부상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기 시작하면서다. 지난 4월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대선 공약집에 “통합금융감독 체계를 도입한다”고 명시했다. 금융계에선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입안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많았다.

김 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인 2012년부터 “금융 계열사 수와 규모가 커 리스크가 우려되는 삼성 등 10개 그룹에 통합감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 통합금융감독시스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통합금융감독시스템 도입 계획을 제출한 데 이어 조만간 ‘경제민주주의 전담조직’을 신설해 구체적인 제도 도입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는 당초 이 제도 도입에 소극적이었는데 새 정부 출범 이후 ‘스탠스’가 바뀌었다”며 “어차피 시행할 제도라면 공정위에 넘어가기 전에 자신들이 맡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도입하는 방안은 김 위원장이 시민단체 시절 주장하던 통합금융감독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내놨다.

김 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인 지난해 발표한 ‘금산분리 규율체제의 재설계 필요성’ 보고서에서 “삼성그룹 등 리스크가 높은 소수의 대형 금산결합(대기업)그룹에 규제 감독 역량을 집중하고 나머지 금산결합그룹은 개별 입법 위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금융산업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화 동부그룹 등 자산 규모가 삼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대기업들의 금산분리 규제는 완화하자는 데 방점이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는 오히려 통합금융감독 대상을 금융회사 덩치나 금융자산 비중과 관계없이 두 곳 이상 금융회사를 거느린 금융그룹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명/좌동욱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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