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부터 복합쇼핑몰에도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의도지만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문을 연 스타필드 고양. 한경DB
정부는 내년부터 복합쇼핑몰에도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의도지만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문을 연 스타필드 고양. 한경DB
신세계 스타필드 하남점과 고양점은 주말마다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붐빈다. 평균 체류시간은 4~5시간. 방문 목적을 물어보면 ‘쇼핑’보다 ‘나들이’를 꼽는 사람이 더 많다. 물건만 사러 오는 게 아니라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기러 온다는 얘기다. 스타필드 고양점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시설이 잠실야구장 면적의 두 배나 된다.

내년부터 복합쇼핑몰에 대한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가 시작되면 이들은 다른 나들이 장소를 찾아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복합쇼핑몰을 규제하면 이들의 소비가 골목상권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추정을 규제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이미 시행 중인 대형마트 영업 규제도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정부 기대와 달리 소비 위축만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동네 빵집’ 보호를 위한 국내 베이커리업계 규제는 외국계 베이커리의 왕성한 한국 시장 진출로 이어졌다. 복합쇼핑몰 규제가 골목상권 보호보다는 소비자의 선택권만 제약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엔 복합몰 규제?… '마트 의무휴업'에도 전통시장 매출 줄어
◆마트 의무휴업이 부른 소비 감소

복합쇼핑몰 규제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추진 중인 가운데 201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 도입에도 골목상권 매출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대·중·소 유통 상생협력방안 세미나’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일제 시행 초기에는 전통시장과 개인 슈퍼마켓 매출이 증가세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증가세가 둔화했고 결국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회원(약 1200만 명)을 보유한 신한카드 사용자들의 2012년 1월~2017년 6월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대형마트 소비 금액은 2014년 4.6% 줄었고, 2015년과 2016년에도 각각 1.6%, 6.4% 감소했다. 그런데도 전통시장 소비 활성화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전통시장 소비 금액은 2014년 10.8% 증가했으나 2015년엔 2.8%로 증가율이 둔화했고, 작년엔 오히려 3.3% 감소했다.

서 교수는 “마트 규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전통시장과 슈퍼마켓의 소비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의무휴일 규제로 전반적인 소비 둔화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빵집 규제는 외국계 진출 확대로

‘동네 빵집’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는 오히려 ‘외국계 빵집’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국내 프랜차이즈 빵집이 중소기업적합업종 제과점업 규제로 성장세가 둔화한 틈을 타 프랑스, 일본, 미국 베이커리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013년 제빵·제과업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선정했다. 출점 점포 수와 거리에 제한을 뒀다. 직전연도 점포 수의 2% 이내, 기존 중소 제과점에서 도보 500m 밖에서만 출점할 수 있다. 외국과의 무역 마찰을 우려해 국내 브랜드에만 적용했다. 지난 5년간 가맹사업을 등록한 외국계 빵집 브랜드는 10개가 넘는다.

프랑스 고급 베이커리 곤트란쉐리에는 파리에 4곳의 매장을 운영 중인데, 한국에선 프랑스의 여덟 배가 넘는 34곳의 지점이 있다. 또 다른 프랑스 브랜드 브리오슈도레는 분기마다 정기 가맹사업 설명회를 열고 있다. 현재 13곳인 가맹점을 10년 내 10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일본 도쿄팡야, 르타오와 몽슈슈, 미국 매그놀리아베이커리 등도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는 성장이 둔화했다. 파리바게뜨의 신규 출점 점포 수는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뒤 이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대기업 빵집 규제’가 외국계 베이커리의 공격적인 확장을 돕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프랜차이즈 가맹점 빵집도 독립된 개인 사업자인데 정부가 이들마저 대기업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