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투자자, 김상조 임명으로 한국서 기회 커졌다"
아시아 기업들이 글로벌 행동주의 투자자의 표적이 되고 있다. ‘재벌 저격수’란 별명이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 행동주의 투자자에게 ‘희망’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 선출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으로 (행동주의 투자자의) 희망이 커졌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지난 4년간 한국에 개입한 행동주의 투자자는 10곳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이 중 기업들이 투자자의 요구를 받아들인 사례는 주요국 중 가장 낮은 13%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학계에 있을 때 소액주주운동을 펼친 인물이다. WSJ는 “한국 정부는 재벌 저격수라고 불린 주주권리 운동가를 반독점 규제 기관의 수장으로 임명했다”고 덧붙였다.

WSJ는 한국에서의 행동주의 투자 성공사례로 엘리엇을 거론했다.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 중에서도 가장 먼저 언급되는 엘리엇은 지난 4월 삼성전자가 49조300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겠다는 발표에 “자사주 소각은 중요한 진전을 나타낸다”며 자신들의 요구가 일부 관철된 것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행동주의 투자자, 김상조 임명으로 한국서 기회 커졌다"
홍콩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오아시스매니지먼트도 한국 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WSJ는 “닌텐도와 파나소닉의 성공적인 변화를 이끈 오아시스가 한국에서도 기회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이 대주주에 양도소득 3억원 초과분에 25% 세율을 적용하기로 한 것은 기업은 물론 행동주의 투자자에게도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세스 피셔 오아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어떤 종류의 세금 인상도 기업 주식 보유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특정 기업 지분을 매입한 뒤 경영 참여를 요구해 주식 가치를 끌어올린다. 소송이나 주총 표 대결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자본력이 취약한 기업을 목표로 했다. 최근엔 돈이 몰려들자 글로벌 대기업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활동했던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2010년대 들어 아시아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영국의 헤지펀드 정보업체 액티비스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38개 아시아 기업이 행동주의 투자자의 표적이 됐으며 이 수치는 2013년과 2014년을 더한 것보다 많다.

2013년 이후 행동주의 투자자가 아시아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한 비율은 40%다. 같은 시기 미국 내 56%에 비하면 적은 수치지만 변화는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액티비스트인사이트는 분석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는 아시아에서 자본주의가 확립됐다고 평가받는 일본이나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이 행동주의 투자자 요구를 받아들인 비율이 한국 13%, 일본 20%인 것에 비해 중국에선 50%에 달했다.

외국계뿐만 아니라 중국 내 투자자의 요구도 다수 받아들여졌다는 것이 행동주의 투자자에겐 고무적인 요인이라고 WSJ는 전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