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가 선보인 SUV 콘셉트카 ‘익시드’
체리가 선보인 SUV 콘셉트카 ‘익시드’
창청자동차와 체리자동차 등 중국 완성차업체 두 곳이 유럽 공략을 선언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지난 12일(현지시간) 개막한 ‘2017 국제자동차전시회(IAA·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두 중국 기업은 각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콘셉트카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3~5년 내에 유럽에 양산차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자동차가 품질이나 브랜드 파워에서 아직 부족하긴 하다. 하지만 “한국이 유럽 모터쇼에 처음 나왔던 시점을 기준으로 10여 년 뒤에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떠올려 보면 결코 중국을 무시할 수가 없다”는 분석(사빈 블루멀 IMI 애널리스트)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유럽 자동차시장의 경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창청이 선보인 SUV 콘셉트카 ‘웨이 XEV’
창청이 선보인 SUV 콘셉트카 ‘웨이 XEV’
중국 자동차 품질 수준은

중국 완성차업체가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전시관을 낸 건 올해가 사실상 처음이다. 2005년 지리자동차, 상하이자동차 등 5개 업체가 공동으로 부스를 차리고 ‘반값 차’를 전시했지만 ‘품질이 끔찍하다’(오토카) 등의 악평만 받고 유럽 진출의 꿈을 접었다.

12년 만에 돌아온 중국 자동차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기본 전략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새로운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 그리고 유럽의 기술과 부품을 활용해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유럽에서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등 동력계통)을 설계하고 외관을 디자인한 차에 유럽산 부품까지 수입해도 중국에서 만들기만 하면 가격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과거 현대자동차가 국내 첫 독자생산 모델인 포니를 만들 때 이탈리아 디자인과 일본 엔진을 활용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중국 업체들이 당장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의미있는 성적을 내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저가 제품이 통하는 폴란드 체코 등 옛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판매를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유럽 시장에 전시장·AS 등 네트워크를 확보해 판매를 시작하면 미국이나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유럽에서 팔리는 차’를 앞세워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할 것이란 예상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자동차업체들의 경쟁 상대가 더 늘어나는 것이다.

SUV 전문 기업인 창청은 독일에 연구개발(R&D)센터를 짓고 유럽 시장을 위한 고급 브랜드 ‘웨이’를 지난 4월 출범시켰다. 웨이는 창업자이자 회장인 웨이지안준의 이름을 땄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웨이 브랜드로 이날 공개한 콘셉트카 XEV는 유선형 디자인에 차 문이 날개처럼 위로 열리는 ‘걸 윙 도어’까지 갖췄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카스쿱은 “테슬라의 모델X를 닮았다”는 평가를, 영국 오토카는 “다른 중국 업체보다 디자인 측면에서 훨씬 앞섰다”는 분석을 각각 내놨다. 엔진과 모터를 합해 최고출력 250마력을 내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구동 시스템을 장착했다. SUV에 특화한 창청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107만 대(전년 대비 26% 증가)를 판매해 민영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세력 확장 어디까지

체리는 ‘익시드’라는 이름의 SUV 콘셉트카를 내놓았다. 기존 체리와 차별화하기 위해 익시드라는 고급 SUV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에서 일한 디자이너 제임스 호프 유럽디자인·R&D센터장이 익시드 설계를 주도했다.

첸애닝 체리 최고경영자(CEO)는 “디스플레이에는 보쉬 제품을, 차체제어장치 등 운행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에는 콘티넨탈 제품을 장착했으며 유럽 센터가 설계를 주도해 안전성과 인테리어 품질을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 시장 트렌드에 맞춰 모든 차종에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추면서도 가격은 낮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리는 지난해 독자 브랜드로 60만여 대를 판매했고, 그중 12만 대를 수출해 중국 완성차업체 가운데 수출 1위를 기록했다. 이번 모터쇼에는 불참했으나 스웨덴 볼보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지리자동차도 유럽과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볼보와 함께 고급차 브랜드 ‘링크&코’를 설립했다.

프랑크푸르트=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