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뮤다 고기압 영향에 진로 서쪽으로 32㎞ 밀리고 쿠바 지나며 세력 약화
'간발의 차' 덕에 허리케인 어마 피해추정치 226조원→57조원
미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초대형 허리케인 어마가 플로리다주(州)에 상륙했지만, 당초 예상을 조금 빗겨난 경로로 움직인 덕에 피해 추산액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주말 사이 2천억 달러(약 226조 원) 수준에 육박했던 어마 피해 추산액이 허리케인 진로 변경 영향으로 하루 만에 500억 달러(57조 원)로 줄어들었다고 블룸버그 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12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 말 텍사스를 쑥대밭으로 만든 허리케인 하비의 피해액인 650억∼750억 달러보다 적다.

또 1992년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앤드루의 피해액인 478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어마로 인한 피해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었던 것은 버뮤다 고기압의 영향으로 어마의 진로가 서쪽으로 32㎞가량 휘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어마는 마이애미 등 플로리다 동부에 상륙하는 대신 서쪽으로 진입했다.

재난영향 평가업체 AIR은 플로리다 남서쪽 연안 토지의 가치는 총 1조 달러이지만, 마이애미를 포함한 남동쪽의 가치는 1조5천억 달러로 차이가 난다며 만약 어마가 마이애미를 바로 강타했다면 1천억 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으리라고 내다봤다.

또 어마가 쿠바 등을 지나면서 세력이 약화한 것도 행운으로 작용했다.

어마는 카리브 해 제도를 지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최고 풍속이 시속 300㎞에 달하는 5등급 허리케인이었다.

하지만 쿠바를 거치면서 3등급으로 위력이 약해졌고 플로리다 반도에 상륙했을 때는 2등급 허리케인으로 약화했다.

재난영향 평가업체 RMS의 로버트 뮤어우드 최고 연구 책임자는 "쿠바를 거치면서 어마의 세력이 줄어들었고 (플로리다) 동쪽 연안이 아닌 서쪽에 상륙했다"며 피해 규모가 줄어든 이유를 밝혔다.

이 덕에 재보험사들은 쾌재를 불렀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르네상스 리, 에베레스트 리, 발리두스 등 재보험주는 일제히 4% 이상 뛰어올랐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