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하는 재정건전성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로 기존 복지제도를 유지만 해도 갈수록 지출이 급증해 재정 악화가 불가피한 구조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초연금 인상 등 각종 복지사업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재정건전성 훼손은 한층 빨라질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4대 복지에 미래 세대 '사색'…27세 청년 50세 때 세금 부담 7배로
정부는 지난달 말 ‘2018년도 예산안’과 함께 발표한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복지지출을 늘려도 문재인 정부 임기말까지 국가채무비율은 40% 초반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다며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임기 이후를 생각하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국회예산정책처가 12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문재인 정부의 주요 재정사업이 중장기적 국가재정여건 등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장기적인 재정 악화는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4대 사업 재정지출 ‘눈덩이’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발표한 ‘2016~2060년 장기 재정전망’에서 정부 총지출은 2020년 474조원, 2040년 1260조원, 2060년 2566조원으로 늘 것으로 예상했다. 예산정책처는 여기에다 새 정부가 추진 중인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 △아동수당 월 10만원 신설 △기초연금 월 30만원으로 인상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따른 정부 직접 보조 등 4개 신규 사업의 재정소요를 추가해 장기 재정전망을 새로 추산했다. 그 결과 총지출은 2020년 500조원, 2040년 1352조원, 2060년 2705조원으로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총지출 증가폭은 기존 전망치보다 2020년 26조원 순증하는 데 그치지만 2040년엔 92조원, 2060년엔 139조원으로 눈덩이처럼 커지는 구조다. 고령화 심화에 따른 기초연금 지급액 증가, 공무원 인건비 상승 등에 따른 결과란 게 예산정책처의 설명이다.

지출이 늘면 당연히 재정적자는 확대된다. 정부의 주장대로 증세하지 않고 국채 발행만으로 총수입을 초과하는 총지출 재원을 조달할 경우 정부의 순(純)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현재 1~2%대에 불과하지만 2020년 3.8%, 2040년 6.8%, 2060년 9.5%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2060년 국가채무비율 200% 육박

재정적자 증가는 국가채무 확대로 귀결된다. 당초 예산정책처는 작년 말 638조원이던 국가채무가 2020년 846조원, 2040년 3611조원, 2060년 1경2099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4개의 재정사업을 추가하면 국가채무는 같은 기간 905조원, 4703조원, 1경5499조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말 39.5%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당초 2060년 151.8%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지만 신규 재정사업이 추가돼 194.4%로 20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물론 늘어나는 재정소요를 국채발행만으로 조달할 수는 없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시기의 문제일 뿐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는 당연히 국민의 조세부담액 증가로 연결된다. 추경호 의원이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작년 말 국가채무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증세하면 1인당 세부담은 2016년 580만원에서 2060년엔 6403만원으로 11배가량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가정으로 7세인 아이는 50세가 되는 시점에 현재 부모들이 내는 세금의 16배인 1억2873만원(현재가치 기준)의 세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50세가 될 때는 8825만원(지금 부모 세부담의 11배), 27세의 사회초년생은 50세 때 지금 자신이 내는 세금의 7배인 5329만원을 내게 될 것으로 추정됐다. 추 의원은 “복지는 한번 늘리면 돌이킬 수 없다”며 “지금 당장 복지지출을 무분별하게 늘리기보단 경제체질을 튼튼히 해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조세 기반도 확충하며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관리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