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만 있으면 미래사업부문 발령…보고도 '직보체제'로
안하는 것보다 실패하는 게 낫다
과거 성공공식으론 백화점 더 이상 생존 못해
'작은 성공' 많아져야
강희태의 실험…신입사원 아이디어를 신사업으로

롯데백화점 신입사원 48명의 입사식이 열린 지난 7월24일. 8명씩 6개 조로 나눠 펼친 신사업 아이디어 경연에서 1등한 조가 강희태 사장(사진) 등 임원들 앞에 섰다. 자신들의 아이디어인 ‘반려동물(pet) 생애 컨설팅 브랜드 만들기’에 대해 발표했다.

발표가 끝나자 강 사장이 대뜸 “그걸 바로 실행에 옮겨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두 명이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강 사장은 그 자리에서 두 명을 미래사업부문에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미래사업부문이 셀(cell)이라고 부르는 조직은 이렇게 구성됐다. 이들을 이끌 펫사업팀장은 공모를 통해 뽑았다. 패션 바이어로 10년, 이탈리아 밀라노 주재원으로 4년을 근무한 김민아 팀장이 맡았다.

“셀 100개라도 만들어라”

강 사장은 이런 조직(셀)이 100개가 나와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신입사원을 미래사업부문으로 발령내는 파격 이면에는 강 사장의 고민과 답답함이 배어 있다.

그는 지난 2월 취임했다. 얼마 전 임원회의에서 강 사장은 “어떤 사업부에 일을 시켜도 피드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에는 처음과 끝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내가 직접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시스템과 조직문화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다. 그 대안 중 하나가 미래사업부문 산하에 있는 셀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신속하고 유연하게 사업으로 연결하는 조직으로 정기적인 아이디어 공모전, 신입사원의 프로젝트 제안, 경영진의 전략적 결정 등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를 속도감 있게 사업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셀을 구성하는 원칙은 스스로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모험 도전을 위해 지금 일하고 있는 분야와 상관없어도 괜찮다. 또 실패를 자산으로 여기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불이익도 없애기로 했다. 강 사장은 “안 하는 것보다 실패하는 게 낫다. 실패해도 인사에 아무런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셀조직에서 일하겠다고 자원한 직원들 평가는 사장이 직접 맡기로 했다. 일정 비율을 정해 놓고 A~E등급으로 상대평가하지 않고 사장이 절대평가하는 방식이다. 성과를 내면 모든 구성원이 A등급을 받을 수도 있다.

보고 체계도 다르다. 미래전략팀장, 셀팀장은 임원을 거치지 않고 사장에게 직보한다. 강 사장은 얼마 전 별도 건물에 있는 미래전략팀을 찾아 “콤팩트한 조직으로 신속하고 유연하게, 그리고 창의적으로 일했으며 좋겠다. 언제 어디서든 나와 소통하자”고 독려했다.

직접 소통…‘작은 성공’ 발굴 전파

강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대로 가다가는 백화점이란 취재 대상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백화점이 위기에 빠졌다는 말이었다. 임원들에겐 “과거와 같은 공식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어설프고 때론 황당하더라도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사장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백화점의 위기는 큰 성공 하나로 넘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작은 실험과 모험을 통해 성공 사례를 하나하나 모아야 질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강 사장은 생각한다. 그래서 현장의 ‘작은 성공’을 직접 찾아나서고 있다. 취임 이후 매주 목·금요일 오후와 주말에 매장을 다니며 직원들의 작은 성공 스토리를 듣고 각종 회의 및 사내 메신저로 전파한다. 최근에는 잠실점에서 ‘오버액션토끼’라는 인기 캐릭터를 아이스셰이크 등 음료 판매와 연계시킨 팝업매장을 기획해 성공한 고승한 식품 바이어 사례를 소개했다. 강 사장은 “식품 바이어가 업무 경계를 뛰어넘어 도전하고 혁신했다”고 평가했다.

롯데백화점이 위탁운영하는 상하이 쇼핑몰 ‘타이푸광장’은 “직원들에게 권한을 주면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는 걸 보여준 사례”로 꼽았다. 타이푸광장 3, 4층 식당가는 2월까지만 해도 빈 점포가 많았지만, 주재원 3명과 현지 직원들이 협업해 4개월 만에 패션, 식음료, 피트니스 등 30개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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