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 본격 시동…연말까지 정부안 마련

국민연금기금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별도의 사무국을 둔 상설기구가 된다.

실제 연금기금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를 따로 떼어내 공사화하는 방안은 보류되고, 현행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 지배구조(거버넌스) 개편작업을 진행 중이며 연말까지 정부 안을 마련하고 내년에 국회에 제출해 입법화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맞물려 국민연금이 외압에 의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져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도왔다는 논란에 휘말리면서 맞닥뜨린 불신을 씻어내고 투명성을 높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복지부의 국정과제 이행방안 중 '국민연금 거버넌스 혁신 및 기금운용의 투명성 제고'방안을 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고자 기금운용체계를 개편한다.

이를 위해 먼저 기금운용위를 상설화한다.

현재 기금운용위는 표면적으로는 국민연금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지만, 기금운용의 주도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상설기구가 아니어서 상정 안건조차 심도 있게 논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위원들은 1년에 겨우 4∼6차례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 회의당 평균 2∼3시간 안에 거의 모든 안건을 심의, 의결할 뿐 안건보고를 듣는 시간을 고려하면 깊이 있는 토의는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복지부는 이런 사정을 고려해 기금운용위를 중앙노동위원회와 같은 형태로 상설화하면서 행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사무국을 복지부 안에 별도로 설치해 상시 관리운용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또 복지부 장관(위원장), 정부위원 5명, 민간위원 14명으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의 대표성과 권한을 강화해 명실상부한 기금운용의 실질 주체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방침이다.

민간위원은 사용자 대표 3명, 근로자 대표 3명, 지역가입자 대표 6명, 민간 전문가 2명으로 짜인다.

아울러 기금운용위 산하의 실무평가위원회와 3개 전문위원회(의결권행사·성과평가보상·투자정책)를 법제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금투자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명목 아래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공단에서 분리해 별도의 투자전담공사로 만드는 방안은 중단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국민의 소중한 공적 노후자금으로서의 공공적 성격을 무시하고 단지 수익률을 올리고자 금융투자자들의 손에 전적으로 맡겼다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처럼 금융시장이 위기에 빠졌을 때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되면 국민불신만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해서다.

복지부는 지난 박근혜 정부 때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그 대신 복지부는 현재의 기금운용본부 시스템을 유지하되, 인사의 자율성과 전문 운용인력의 확보를 위해 기획재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도록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금운용의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는 기금운용본부장과 준법감시인의 선임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기금이사추천위원회의 공모를 거쳐 최종 후보 1명을 복지부 장관에게 추천하면 복지부 장관이 승인하는 절차를 거쳐 이사장이 임명한다.

나아가 기금운용 의사결정과정과 투자내용, 투자 자산구성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사회책임투자 원칙에 근거해 주주권 행사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단순히 주식 보유와 의결권행사에 한정하지 않고, 기업과 적극적으로 대화해 기업의 지속 가능 성장에 기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행동 강령을 말한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