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신용호 교보생명 회장
故 신용호 교보생명 회장
교육보험을 만든 사람이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교보생명 창업자인 고(故) 신용호 회장 이야기다.

신 전 회장은 100년 전인 1917년 9월26일 태어났다. 올해는 신 전 회장의 탄생 100주년일 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해다. 무엇보다 교보생명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해다. 교보생명은 지난 6월 말 사상 처음으로 연결기준 자산 100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국내에서 자산 100조원 이상인 보험회사는 교보생명을 포함해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3곳에 불과하다.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장성 보험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6월 내놓은 ‘교보알찬변액종신보험’이 대표적인 예다. 주계약에서 사망만 보장하는 상품이다. 각종 생활비와 질병 등의 보장을 함께 담고 있는 다른 종신보험에 비해 훨씬 단순하게 설계됐다. 7월에는 국내 생명보험업계에서 처음으로 5억달러(약 5670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교보생명 내부에선 저금리, IFRS17 도입 등 위기 상황을 맞아 “배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배워야 한다”는 신 전 회장의 경영 철학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험회사 직원들이라 해도 지금 판매한 보험상품이 30년 뒤 고객뿐 아니라 회사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이 부족했다는 자성 차원에서다. 보험사들이 과거 경쟁적으로 판매했던 고금리 저축성 상품들이 금리 역마진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1958년 7월 대한교육보험 창립총회를 주재하는 고(故) 신용호 교보생명 회장.  /교보생명 제공
1958년 7월 대한교육보험 창립총회를 주재하는 고(故) 신용호 교보생명 회장. /교보생명 제공
신 전 회장의 생애는 ‘배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배운’ 삶이었다. 신 전 회장은 병약한 어린 시절을 보낸 탓에 초등학교에 입학조차 못 했다. 어머니의 하숙집 일을 도우면서 1000일 동안 열흘에 책 한 권을 읽겠다는 ‘천일독서’를 실천한 일화가 유명하다. 1958년 8월 교보생명의 전신인 대한교육보험 주식회사를 설립한 이후에도 그의 사업은 늘 ‘교육’과 연결돼 있었다. 교육보험을 세계 최초로 시장에 내놓은 것도 그의 경영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신 전 회장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83년 국제보험회의(IIS)로부터 보험계 노벨상으로 통하는 ‘세계보험대상’을 받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다른 보험사들이 최근 교육보험 판매를 중단했다”며 “국민과 100년 동안 함께 성장해 간다는 사명감으로 교육보험 신상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7일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연다. 오는 28일까지는 종로구 교보생명 본사와 서초구 교보타워 등에서 기념사진전을 개최한다. 14일에는 ‘대산의 교육이념과 미래교육 방향’을 주제로 신 전 회장의 교육철학을 조명하는 학술심포지엄도 열린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