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개발원 "운임손실 3조원 등 경제 전반에 큰 영향"
해운산업 위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중심 선복량 확대 필요
"한진해운 사태로 1만명 실직… 환적화물 30만개 이탈"

1년 전 법정관리에 들어가 끝내 파산한 한진해운이 수송하던 환적화물 가운데 20피트 컨테이너 기준 30만개가 부산항으로 돌아오지 않고 이탈했으며 1만명의 실업자와 3조원의 운임 손실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6일 '한진해운 사태의 반성과 원양 정기선 해운 재건 방안' 보고서에서 한진해운의 파산이 1차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계속된 해운경기의 침체를 극복하지 못한 기업경영의 실패로 인한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국민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해양수산개발원은 한진해운의 물동량 대부분을 외국 선사들이 흡수했고 그로 인해 약 3조원의 운임수입이 증발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 수출에 필요한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가 많이 축소되고 특히 중소기업의 해외 물류 네트워크 역할을 하던 국적 선사의 영업망이 사라져 그만큼 수출 경쟁력이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한진해운 사태로 1만명 실직… 환적화물 30만개 이탈"

현대상선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선박과 터미널을 매각함으로써 경쟁력이 약화해 한진해운 파산과 더불어 우리 해운산업의 역량 자체가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국적 선사의 규모가 줄어드는 바람에 국내 화주들은 기간 항로에서 일본 화주보다 40피트 컨테이너 개당 최소 500달러 이상 운임을 추가로 부담하는 불이익을 당했다.

SM상선의 미주 노선 취항으로 이런 추가 물류비 부담은 거의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럽 항로는 지난 4월 해운동맹 재편으로 현대상선의 선박들이 철수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이 오히려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영향으로 우리나라 수출입 기업의 무역활동이 위축되고 관련 산업 전반에 연쇄 파급효과를 미쳐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실업자 규모는 전국적으로 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해양수산개발원은 추정했다.

지난해 9월부터 큰 폭으로 감소하던 부산항 환적화물은 3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한진해운이 수송했던 환적화물 가운데 상당 부분이 아직 환원되지 않아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이전 부산항에서 연간 100만개 이상 환적화물을 처리했으나 지금까지 부산항으로 돌아온 것은 60~70%에 그쳐 연간 30만개가량은 외국항만으로 이탈한 것으로 해양수산개발원은 분석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전후 6개월간 주요 노선의 환적화물 변화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 노선에서 감소했으며 해당 노선은 대부분 한진해운 물량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베트남 호찌민항에서 부산항을 거쳐 미국 로스앤젤레스·롱비치항으로 운송되던 환적화물의 경우 한진해운 비중이 95%에 달했는데 절반가량이 줄어들었고, 해운동맹 재편 후에도 큰 폭의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양수산개발원은 해운산업은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필수 인프라인 만큼 정부는 이런 관점에서 해운산업 육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예측에 따르면 한국은 2060년에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돼 제조업 수출 인프라인 해운업의 육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한진해운 파산으로 사라진 20피트 컨테이너 60만개 이상의 선복량(선박의 적재공간) 확보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글로벌 정기선 업계에서 국적 선사가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원양선사의 선복량이 최소 100만개는 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8월 말 기준 국적 선사의 선복량은 현대상선 35만3천개, SM상선 5만1천500개에 불과하다.

세계 6위 선사인 대만 에버그린의 선복량은 104만7천개이다.

파산 전 한진해운의 선복량은 60만개로 7위였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을 통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확보, 국적 선사들의 동맹체인 KSP를 통한 항로 합리화, 선박 투자 주체 다양화, 선사-화주-조선의 상생방안 마련 등도 주문했다.

해운 재건 프로그램의 강력한 추진을 위한 대통령 직속 해운산업발전위원회 설립, 세계 해운경기 예측과 업계 모니터링을 위한 해운·조선관측센터 설립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한국 해운산업은 지금 몰락과 재기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한진해운 사태 때처럼 정부와 업계가 세계 해운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범정부적인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육성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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