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생활용품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과 월가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의 싸움이 오랜 우정까지 깨트리고 말았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P&G 지분 1.5%를 보유한 트라이언펀드의 펠츠 회장은 최근 클레이턴 데일리 전 P&G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고문으로 영입했다. 데일리 전 CFO를 앞세워 P&G 이사회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펠츠 회장은 지난 2월부터 P&G에 “충분한 매출과 이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자신을 P&G 이사회에 참여시키라고 요구해 왔다. 이에 P&G는 “단순히 사회적 위치가 높다는 이유로 이사회에 참여할 수는 없다”며 “펠츠 회장은 단 한 번도 획기적이거나 실천 가능한 아이디어를 제안한 적이 없다”고 반격했다.

P&G가 펠츠 회장의 경영전문성을 걸고넘어지자, 이번엔 펠츠 회장이 35년간 P&G에 몸담았던 데일리 전 CFO를 이사회에 집어넣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데일리 전 CFO는 2008년 퇴임 시 직접 후임으로 뽑은 존 몰러 현 CFO와 각각 펠츠 회장과 P&G 이사회 편에 서서 ‘대리전’을 치르게 됐다. 회사 내부자였던 사람이 반대편에 선 것에 데이비드 테일러 P&G 최고경영자(CEO)는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오랜 멘토와 멘티가 양극단에 서자 월가에선 “전쟁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 사람은 이번 여름 한 골프장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몰러 CFO는 이 자리에서 데일리 전 CFO가 “P&G의 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비난했다. 데일리 전 CFO는 “P&G를 도우려는 것”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그는 이어 “P&G에 애정이 남다르다”며 “최근 P&G는 편협하고 관료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트라이언펀드와 P&G는 오는 10월10일 주주총회에서 투자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펠츠 회장은 이사회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2500만달러를, P&G는 이를 막기 위해 3500만달러 이상을 지출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