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2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건강보험료율을 올해 6.12%에서 내년 6.24%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보험료율 인상폭은 2.04%다. 이에 따라 내년 직장 가입자의 평균 건강보험료는 10만276원에서 10만2242원으로 1966원 인상된다. 지역가입자의 가구당 평균 보험료는 8만9933원에서 9만1786원으로 1853원 오른다. 이번 건강보험 인상폭은 2012년 2.80% 후 최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상폭이 시작에 불과하다고 분석한다.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장기적으로 보험료율을 계속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대규모 적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시행하는 데 매년 수조원의 추가 자금을 들여야 한다. 수년 내 보험료율이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됐던 2000년대 중반 당시 수준인 6% 중반을 훌쩍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케어'에 예고된 건보료 인상… 내년 2.04%↑
◆보험료율 인상 요인 산적

현재 건강보험적립금은 역대 최대 규모인 23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20조원이 쌓여 있던 상황에서 올해 3조원가량 흑자를 더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이 탄탄하다는 이유로 올해 보험료율을 동결했던 정부는 흑자가 더 쌓인 상태에서 내년 보험료율을 6년 만에 최고치로 올렸다. 지금 곳간은 가득 차 있지만 갈수록 고갈 속도가 빨라져 건보료를 올리지 않고선 장기적으로 버텨내기 힘들다는 걸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당장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2019년부터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중기재정추계를 보면 건보재정 적자폭은 매년 커져 2023년에는 적립금이 고갈되고 2025년엔 적자폭이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까지 추가돼 적립금 고갈 속도가 더 빨라지게 됐다. 정부는 이 대책에 2022년까지 총 30조6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고 이 중 13조~14조원을 건강보험 적립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나머지 16조원 중 절반가량인 7조5000억원도 건강보험료 인상분을 쓰기로 했다.

여기에 내년 7월부터 저소득층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한다. 고소득층과 중산층의 건강보험료는 추가적으로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수가가 오르고 있는 점도 건강보험료율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6월 의사협회 등과 협상을 거쳐 의료 서비스 제공기관에 지급하는 수가를 평균 2.28% 올리기로 합의했다.

◆연 7% 이상 증가 불가피

보건복지부는 2007년, 2008년 건보료율을 각각 6.5%, 6.4% 인상한 바 있다. 내년 인상폭의 3배 규모였다. 그것도 모자라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줄이는 식으로 입원환자의 병원 밥값과 6세 미만 어린이의 입원료 부담까지 늘렸다. 당시 건강보험 재정이 연간 수백억~수천억원 적자를 보자 취한 조치다. 이후 2008년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흑자로 돌아서자 정부는 보험료율을 동결시키는 선심을 썼지만 2010년 다시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내자 2011년 보험료율을 5.9% 인상했다.

건강보험은 내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규모가 연간 수천억~수조원 수준으로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의 의료비 부담은 2020년 98조원, 2030년에는 24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2030년대에는 지금 수준의 요율로는 수십조~수백조원대 적자가 난다는 얘기다. 과거처럼 5~6%대 인상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5년 사이에 보험료율이 가파르게 뛰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당한 폭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