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가 주목하는 펩트론, '파킨슨병 치료제' 기술 수출 협상중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인 펩트론이 세계 바이오제약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가 특허를 보유한 약물이 파킨슨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나오면서다.

최호일 펩트론 대표(51·사진)는 최근 대전 본사에서 만나 “최근 나온 논문 덕분에 파킨슨병 치료제의 기술수출 논의가 재개됐다”고 했다.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소실돼 운동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아직 치료제가 없다.

토머스 폴티니 런던대 교수 연구팀은 이달 초 당뇨병 치료 약물인 엑세나타이드가 파킨슨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세계적 임상학술지 란셋에 실린 이 논문에 따르면 엑세나타이드를 파킨슨 환자에게 48주 동안 투여한 뒤 12주간 효과가 지속됐다.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엑세나타이드로 파킨슨병 치료 가능성이 열렸다는 의미다.

펩트론은 엑세나타이드를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글로벌 특허를 갖고 있다. 2014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엑세나타이드의 퇴행성 뇌질환 치료 특허를 사들였다. NIH와는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의 상용화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최 대표는 “폴티니 교수팀이 350명 규모의 후속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 임상에 사용될 약을 공급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펩트론은 오는 11월 완공을 목표로 오송 1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4월께는 본격적인 임상시약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폴티니 교수팀은 2019년 다음 임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연세대 생화학과를 나와 LG화학 등에서 근무한 최 대표가 1997년 설립한 펩트론은 펩타이드 기반의 의약품 회사다. 펩타이드는 2개 이상의 아미노산이 연결된 물질로 생체 신호 전달 등에 관여한다.

펩트론은 다국적 제약사 등과의 기술수출 협상도 재개했다. 최 대표는 “2년 전부터 글로벌 제약사들이 파킨슨병 치료제에 관심을 보여왔다”며 “이번 임상 결과가 알려지면서 기술수출 협상이 본격화됐다”고 했다. 그는 “지속형 엑세나타이드는 파킨슨병에 있어 비아그라 수준의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