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지배력 강화…호텔롯데 상장 후 지주사와 합병 가능성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지배구조에 획기적인 변화를 맞게 됐다.

29일 4개 계열사의 주총에서 분할합병안이 통과되면서 지주사 출범이 가능해져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수 있게 됐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게 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도전을 뿌리치고 경영권을 공고히 하게 됐다.

또한, 롯데는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불거진 '일본기업 논란'을 불식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 순환출자 고리 67개서 18개로 줄어

신동빈 회장은 2015년부터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밝혀왔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드러나고 기업 국적 논란이 불거져 '반(反) 롯데' 정서가 확산하는 등 당시 롯데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에 신 회장은 직접 대(對)국민 사과와 함께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은 호텔롯데 상장과 더불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방안으로 거론됐다.

롯데는 애초 지난해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했으나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시작되면서 결국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상장이 지연되자 롯데는 우선순위를 바꿔 지주사 전환을 먼저 추진했다.

지주사 전환으로 롯데는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게 된다.

순환출자란 계열사들이 서로 물고 물리는 고리 모양 지분구조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이용하면 재벌 총수 일가가 한 곳 지분만 충분히 보유하면 전 계열사를 장악할 수 있다.

과거 롯데도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분 0.05%만으로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순환출자를 해소하면 지배구조가 간결하고 투명해진다.

롯데는 2015년 416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현재 67개까지 줄였으며, 지주사 전환으로 고리는 18개까지 줄어들게 된다.

현재 롯데쇼핑과 롯데제과가 가진 순환출자 고리는 각각 63개와 54개이며, 두 회사는 이 중 50개 고리를 공유하고 있다.

양사가 가진 순환출자 고리만 없애도 그룹 순환출자 고리가 대부분 해소되는 셈이다.

롯데제과는 최장 9개 기업으로 이어지는 긴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푸드→롯데로지스틱스→롯데상사→한국후지필름→롯데쇼핑→롯데리아→대홍기획→롯데제과로 이어지는 식이다.

상장사인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는 모두 순환출자로 연결돼 있다.

롯데지주가 출범하면 사별로 흩어져 있는 계열사 지분이 합병 투자회사로 모이면서 지배구조가 강화된다.

이 때문에 더는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되며, 이후 순환출자 최하단에 있는 계열사가 순환출자 최상단에 있는 합병 투자회사 지분을 매각하면 순환출자 고리가 끊기게 된다.
롯데지주 출범… 순환출자고리 끊고 '국적 논란' 벗는다
◇ 신동빈 우호지분, 지주사 지분 50% 이를 듯

지주사 출범으로 신동빈 회장 '원 톱' 체제는 더욱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주사 전환은 롯데가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배구조를 확고히 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롯데지주는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쇼핑, 롯데푸드 등 핵심 계열사를 거느린 막강한 지주회사가 된다.

이 지주사를 신 회장이 장악하게 된다.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 기준 신동빈 회장의 지분율은 롯데제과 9.07%, 롯데쇼핑 13.46%, 롯데칠성 5.71%, 롯데푸드 2.0% 등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율은 롯데제과 3.96%, 롯데쇼핑 7.95%, 롯데칠성 2.83%, 롯데푸드 2.0% 등이다.

분할·합병을 통해 설립되는 지주사에 대한 신동빈 회장 지분은 10.56%, 신동주 전 부회장 지분은 5.73%로 알려졌다.

그 외 호텔롯데(6.56%), 롯데알미늄(6.32%) 등이 지주사의 주요 주주이며, 신격호 총괄회장 지분은 2.92% 규모다.

이는 현재 시점 지분율을 기준으로 한 추정치이며 향후 재합병, 주식 맞교환, 상장 등을 통해 신 회장의 지배력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지주사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지분이 20%에 달하고, 우호 지분을 포함하면 신 회장 측 지분율이 5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룹 오너 지분율이 높은 롯데제과와 계열사 지분을 많이 보유한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하는 지주사 전환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였다"며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복잡한 지배구조가 간단해지고 지주사에 대한 대주주 일가의 직접 지분이 생성돼 그룹 지배력 강화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그 외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주주중심 경영강화, 저평가된 기업가치 재평가, 투자와 사업의 분리를 통한 경영 효율성 증대 및 경영 안정성 확보 등의 효과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 일본 주주 영향력 저하…추가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

오는 10월 지주사가 출범하면 일본기업 논란도 불식될 것으로 롯데그룹은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은 호텔롯데가 해왔다.

그런데 호텔롯데의 지분 98% 이상을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을 둘러싼 '일본기업'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호텔롯데 상장은 차질을 빚고 있지만, 지주사 출범으로도 '국적 시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롯데지주가 보유하게 될 계열사 지분이 호텔롯데보다 많아져 한국 롯데에 대한 일본계 주주의 영향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롯데지주 출범만으로 신 회장이 완벽하게 한국 롯데를 장악하지는 못한다.

호텔롯데보다는 신 회장 지분율이 높지만, 다른 일본 측 주주들의 지분율을 합치면 신 회장 지분율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분석된다.

이에 앞으로 롯데는 지배구조를 더욱 단단히 하기 위한 조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호텔롯데 상장을 재추진하고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를 합병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1차 분할합병을 통해 설립되는 지주회사가 존속 롯데쇼핑을 완벽하게 지배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향후 추가적인 분할, 합병, 대주주 지분출자 및 지분교환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