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임시주총장 앞에서 지주사 전환반대 시위
롯데 소액주주 "지주사 안건 통과되면 법적 책임 묻겠다" 반발
롯데 소액주주들이 롯데그룹의 4개 계열사(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분할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29일 롯데제과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영등포구 롯데제과 본사.
오전 10시 임시 주총을 앞두고 오전 9시 이전부터 소액주주들이 하나, 둘씩 현장을 찾기 시작했다.

롯데의 미래가 달린 분할합병 승인 건을 다루는 주총이라 참석자들의 얼굴은 굳어 있고 현장에는 긴장감이 흘러넘쳤다.

지주사 전환에 반대하는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의 이성호 대표는 주총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롯데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데는 목적이 하나 밖이다"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배권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어 "롯데마트가 3천억원을 긴급수혈하는 등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주사 전환으로 인한 피해를 소액주주가 보게 된다"면서 "지주사 안건이 통과되면 롯데에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강조했다.
롯데 소액주주 "지주사 안건 통과되면 법적 책임 묻겠다" 반발
오전 10시 임시 주총이 시작하자 회의장에는 30여 명의 소액주주와 위임장을 받은 대리 참석자가 자리 잡았다.

단상에 선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는 "날로 커지는 어려운 환경에서 오늘 총회가 이를 극복하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지주사 전환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의 성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소액주주는 "롯데제과 주가가 작년 5월 32만원을 넘었는데 요즘은 20만원으로 떨어졌다"면서 "현 집행부의 경영능력이 미흡해 주가가 하락했으므로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경영을 잘해서 주주에게 보답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배포한 자료에서 분할 합병 계약서는 어디에 있느냐"며 회사 측이 제공한 서류가 미비하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대표이사가 발언 횟수와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한 이유가 뭐냐", "대표가 '시끄럽게 하면 퇴장을 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그 얘기를 들으니 기분 나빠졌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롯데 4개사가 배당성향을 2배 이상인 30%까지 높이기로 한 데 대해 한 주주는 "일부 소액주주가 반발하니 배당성향을 높인다는데 자세가 돼먹지 않았다.

말로만 주주를 우대한다"고 호통을 쳤다.

롯데그룹 경영권을 놓고 동생인 신동빈 회장과 분쟁 중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은 이날 롯데제과 주총에서 롯데의 지주사 전환을 저지하기 위해 롯데쇼핑을 제외한 3사 분할합병안을 제안했다.

신 전 부회장 대리인은 "롯데쇼핑의 올 상반기 손실이 4천억원에 이르며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마찰로 인한 정치적 위험과 손실을 계산하기 어렵다"며 "4개사 분할합병안은 롯데제과 피해로 대주주가 이익을 보기 때문에 신동주 수정안을 찬성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신동주 안은 6.6%의 찬성을 얻는 데 그치며 부결됐고 결국 4사 분할합병안이 채택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대리인은 "한정후견 결정을 받았다고 신격호 회장의 주주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롯데제과의 방침이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주총 종료 후 김용수 대표는 "잘 됐다"며 짤막하게 소감을 밝혔고 신동주 측 관계자는 "향후 대응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제과 주총은 일부 소액주주의 반대 발언이 이어지면서 3시간 반가량 진행됐다.

다른 임시 주총이 열린 서울 송파구 롯데칠성 본사 앞에서는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이 지주사 전환 반대 시위를 벌였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