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여파에다 경제주체 체감경기가 둔화된 상황에 북핵 다시 불거져

한국경제 앞에 깔린 안개가 옅어지는가 하더니 사드 여파에 북핵까지 가세하며 더 짙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 체감경기가 둔화된 상황에 북한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이 다시 불거졌다.

그 역풍에 막혀서 새 정부 출범과 수출 호조가 몰고온 훈풍은 눈에 띄게 약해졌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는 77로 7월보다 1포인트(p) 떨어졌다.

제조업은 78로 석달째 같은 수준에서 제자리 걸음을 이어갔고 서비스업, 건설업 등을 포함한 비제조업은 75로 전월 대비 4p 내렸다.

서비스업 가운데 부동산·임대업(74)은 '8·2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4p 하락하며 15개월 만에 최저를 찍었다.

기업 체감경기가 하반기 들어 추가 상승 동력을 좀처럼 찾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의 9월 BSI 전망치는 94.4로 16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IMF 외환위기 때인 1996년 7월부터 1999년 1월까지 31개월 연속 기준치 아래에 머문 이후 최장 기록이다.

특히 자동차업을 둘러싼 불안감이 크다.

자동차(자동차·트레일러·기타운송장비) 관련 업종 9월 전망치는 77.6으로 전체 23개 업종 중 가장 낮았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한·중 외교 갈등 탓에 대(對)중국 자동차 수출이 부진한 요인이 크다.

소비자심리도 기를 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발표한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9로 한달 사이 1.3p 떨지면서 7개월 만에 하락했다.

이와같은 기업과 가계의 심리 위축은 실물경기 악화로 연결될 공산이 작지 않다.

게다가 앞으로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도 호락호락하지 않아 보인다.

한국은행은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여전히 한국경제를 압박하는 변수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미중간 무역전쟁에 따른 교역여건 악화도 우려된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가 예전처럼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간 먹구름처럼 맴돌며 불안심리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 북한이 이날 새벽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하면서 한반도 긴장지수가 치솟았다.

금융시장에서도 코스피가 내리고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뛰는 등 불안심리가 커졌다.

한은은 전날 국회에서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당기간 지속되고 상황에 따라 긴장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