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가성비 넘어 '온리원' 전쟁
“소비자에게 우리 매장을 찾아와야만 하는 이유를 줘야 합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말이다. 다른 곳에서는 살 수 없는 신세계와 이마트만의 제품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생각으로 그는 노브랜드, 피코크, 데이즈 등 자체 상표(PB·private brand)를 개발했다. 이들 PB는 지난해 85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이마트가 시작한 ‘콘텐츠(특정 유통업체에서만 판매하는 제품) 전쟁’이 전 유통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뿐 아니라 편의점, 홈쇼핑업체들도 줄줄이 PB를 내놓고 있다. 이마트가 1997년 ‘이플러스 우유’라는 이름으로 첫 PB 제품을 내놓은 지 20년 만에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에서 판매하는 PB 상품 수만 4만 개에 달한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까지 합치면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팔리는 PB 상품은 5만 개를 웃돌 것으로 유통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PB를 개발하는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우리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제품’을 찾기 위해 직원들을 세계로 내보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단독 상품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유통업체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의 ‘콘텐츠 전쟁’은 위기감에서 시작됐다. 국내 유통산업을 이끌어 온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은 정체기에 접어든 지 오래다. 홈쇼핑과 편의점산업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한 G마켓, 쿠팡, 11번가 등 이커머스업체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코너로 몰았다. 이커머스업체가 판매하는 제품은 수십만 개에 이른다. 물부터 명품 시계까지 안 파는 게 없다. 가격은 더 싸다. 작년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3사와 11번가 등의 거래액만 10조원이 넘었다. 성장 정체와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에 기존 유통업체들이 택한 전략이 ‘나만의 제품’을 확보하는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