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소고기, 간염 소시지…"안심하고 먹을 게 없다"
살충제 계란과 닭에 이어 간염바이러스 소시지 공포가 덮치면서 먹거리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살충제 계란 파동을 일으킨 네덜란드에서는 또 다른 살충제 아미트라즈가 양계장뿐만 아니라 송아지 사육장에도 뿌려진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에서는 최근 햄 소시지 등 유럽산 비가열 식육가공 식품을 먹고 E형 간염에 걸린 환자가 급증했다. E형 간염은 수인성 간염을 일으키는 E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감염된다. 바이러스는 감염된 돼지의 혈액과 간, 배설물에 주로 서식하는데 소시지 제조 과정에서 오염된 돼지 피가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네덜란드에서는 계란 파문이 소고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처음 문제가 된 피프로닐 외에 아미트라즈라는 살충제가 방역에 사용됐으며 양계장뿐만 아니라 송아지 사육장에도 뿌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네덜란드 정부는 24일 축산농장 다섯 곳에서 수거한 식육 제품에서 아미트라즈라는 살충제가 사용된 흔적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농장 중 한 곳은 닭만, 네 곳은 닭 등 가금류와 송아지도 함께 사육하면서 식육 제품을 만드는 곳이다. 진드기 등의 방제에 쓰이는 아미트라즈는 피프로닐과 마찬가지로 ‘보통 수준의 독성’을 지닌 살충제다. 중추신경계를 손상하고 저혈압,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유통업계와 식품업계는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25일 독일과 네덜란드산 돼지고기를 원료로 제조한 가공육 제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대상 청정원 ‘참나무로 훈연한 베이컨’, 이마트 자체 식품 브랜드 피코크의 ‘스모크통베이컨’, 롯데마트 ‘초이스엘 베이컨’ 등이 포함됐다. 주요 백화점도 소비자 불안 심리를 고려해 스페인산 하몽과 살라미 등 유럽산 가공육 제품을 매장에서 철수시켰다.

주요 육가공 업체들은 당분간 유럽산 원료를 쓰지 않을 방침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돼지고기 원료 검사 결과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유럽산 돼지고기 사용을 중단하고 정부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무조건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는 조치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E형 간염바이러스는 70도 이상에서 익혀 먹으면 안전하고, 현재 유통 중인 베이컨 등은 가열 처리된 제품이어서 유럽에서 문제가 된 제품과 다르다”며 “단순히 독일산 원료가 들어갔다고 해서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반응”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