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산란계 농부 4인 "모두 동물복지 하면 그게 더 곤란"

살충제 계란 파동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부실조사에 이은 재조사와 보완조사 등으로 계란 상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낮아지는 분위기다. 공급 감소에 불구하고 계란 소비가 더 크게 줄어들면서 산지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계란 생산농가 중에선 “정부가 지급한 약품을 썼는데 이렇게 됐다”며 억울하다는 곳도 생겨났다.

살충제 계란 조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네 곳의 산란계 농장 대표들을 인터뷰했다. 민석기 다솔농장 대표, 유영도 어울림농장 대표, 장용호 원에그 대표 등 동물복지 농장을 운영하는 세 명의 농부와 일반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안영기 안일농장 대표 등이다.
[한경·네이버 FARM]산란계 농부 4인 "모두 동물복지 하면 그게 더 곤란"

◆살충제 파동은 예견된 비극

이번 사태에 대한 원인과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동물복지 농장에 대해 물었다. 농부들은 먼저 이번 사태가 예견된 비극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장 대표는 “축산인들이 별다른 생각 없이 관행적으로 그렇게 해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농업회사법인 원에그를 운영하고 있는 장 대표는 경북 봉화군에서 6만4800여 마리의 닭을 동물복지 방식으로 키워 풀무원에 납품하고 있다. 그는 “이제라도 문제가 드러난 만큼 강도 높은 개선안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그동안 살충제 문제에 모두가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도 그렇고 소비자들도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전남 영광군에서 어울림농장을 운영하는 유 대표는 마당에서 닭을 키우는 방식으로 1만70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농민들이 살충제 사용을 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아예 몰랐던 점이 문제라는 얘기도 나왔다. 안 대표는 “살충제를 쓰는 방법이나, 사용하면 안되는 물질에 대한 교육이 부족했다”며 “정부에서 나눠준 살충제를 사용했을 뿐이라는 농가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인터뷰에 응한 사람 중 유일한 일반 산란계 농장주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안일농장의 사육 산란계는 30만여 마리다.
안영기 회장2

안영기 회장2

◆‘안전한 농장’ 관리 비결

닭은 동물이기 때문에 진드기나 해충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이들은 문제가 된 살충제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노하우로 해충을 사전에 막거나 제거한다. 민 대표는 “닭이 알아서 치유한다”고 했다. 그는 “공기가 통하고 햇빛이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 대표가 운영하는 다솔농장은 전남 화순에 있다. 전남지역에서 처음으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곳이다. 그는 개방형 양계장과 야외 마당에서 1만여 마리의 닭을 키워 학사농장과 한마음공동체 등에 납품한다.

다솔농장과 비슷한 형태의 동물복지 농장을 운영하는 유 대표도 이에 동의한다. 유 대표는 “닭은 스스로 몸에 흙을 끼얹어 해충을 닦아낸다”며 “사람이 나서서 뭘 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외부의 해로운 물질과의 격리를 중시한다. 그는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차단 방역”이라며 “외부의 해로운 물질이 양계장 안으로 들어오지 않게 하기 위해 닭과 사람의 출입을 차단한다”고 했다. 그는 동물복지 인증을 받기는 했지만 자연방목은 하지 않고 있다. 사육 산란계가 6만 마리에 이르기 때문에 자연방목을 하면 관리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일반 양계장을 운영하는 안 대표는 좀 더 기본적이고 실무적인 해법을 찾고 있다. 그는 “케이지 사육을 하더라도 먼지 관리를 철저히 하고 해충이 생겼을 경우엔 허브 등 자연 약제를 사용해 냄새를 활용한 방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복지가 대안인가

살충제 계란 파동을 겪으면서 소비자들은 ‘동물복지’ 농장을 주목하고 있다. 일반 농장과 친환경 농장에서 모두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반면 동물복지 농장은 안전지대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산란계 농장을 모두 동물복지 농장으로 전환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래야 할까‘

“그건 해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반 농장을 운영하는 안 대표뿐 아니라 다른 3명의 동물복지 농부들도 같은 대답을 했다. 대량 생산을 통해 저렴한 가격의 계란을 파는 곳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민 대표는 “우리는 땅이 좁아서 모두 동물복지 농장을 하겠다고 나서면 오히려 곤란하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먹는 양을 고려하면 동물복지농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신 그는 기존 농장의 환경과 시설 개선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동물복지 농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장 대표는 “방역문제만 놓고 본다면 사육방식보다 농장주의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케이지 사육을 하더라도 철저하게 관리한다면 이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방사형으로 닭을 키우고 있는 전북 김제의 한 농장에서도 살충제인 플루페녹수론이 달걀에서 검출됐다. 이 농장주는 살충제를 전혀 쓰지 않고 있는데도 농약이 나온 건 인근 논에서 뿌린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논에 살포한 살충제를 닭들이 돌아다니면서 먹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안 대표는 동물복지 농장으로 대거 전환하면 계란을 수입해야 하는데 수입 계란의 안전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경우 “계란 수급량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네이버 FARM]산란계 농부 4인 "모두 동물복지 하면 그게 더 곤란"

◆동물복지도 다양하다

동물복지 농부든 일반 농부든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하지만 동물복지 농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는 지점이 있었다. 무엇을 동물복지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현재 동물복지 인증을 깊게 파고들면 세 가지로 나뉜다. 마당에 풀어놓는 것(자연방사), 양계장에 케이지를 없애고 평평한 바닥에서 키우는 것(평사사육), 최소한의 케이지를 사용하는 것(동물복지 케이지).

동물복지 농부들은 이 세가지 형태의 사육방식에 대해 조금씩 다른 의견을 갖고 있었다. 민 대표는 강경한 입장이다. 그는 “동물복지 인증 농장 90여곳 중 자연방사 농장은 10여곳에 불과하다”며 “편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 대표가 엄격한 기준으로 동물복지를 바라보는 것은 그가 2000년경 농장을 만들 때부터 ‘자연 친화적인 농장’을 꿈꿨다는 것과 무관치 않다. 그는 “어두컴컴한 실내에서만 키우는 것은 동물복지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 대표는 실내에서 키우더라도 평사사육은 괜찮다는 입장이다. 그는 “평사 사육은 자연방목과 비교해 기본적인 환경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럽식으로 4단 케이지를 쓰는 방식은 동물복지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 대표는 “동물복지 케이지라는 인증항목을 별도로 만들어 관리하는 방식으로 케이지 없는 동물복지와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동물복지 선진국에서도 인정하는 4단 케이지 사용을 굳이 한국에서만 막을 필요는 없다”고 반박했다. 평사사육으로도 케이지 사육처럼 충분한 양의 계란을 생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만 케이지를 일부라도 사용했을 경우 패키지 등에 별도의 표시를 해놓는 것에는 동의했다. 장 대표는 일반 양계장을 운영하다가 2011년 동물복지 농장으로 전환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겠다는 생각으로 양계장을 운영했는데 어느 순간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이 돼있었다”며 “그렇게 비춰지는 게 싫어서 동물복지 농장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동물복지 농장에서 약간의 시설을 사용하는 것은 그에게 절충점이었다.

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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