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카뱅 돌풍에 '화들짝'…수수료 낮추고 대출금리 인하
이용자 291만명·대출잔액 1조2천900억원…리스크 관리가 관건
제3인터넷은행 설립 추진도 관심…은산분리 완화 법안 계류 중
[카뱅 한달] 메기 효과 제대로…은행영업 변화 이끌었다
인터넷 전문은행 한국카카오은행(약칭 '카카오뱅크')이 영업을 개시한 지 27일로 한 달이 된다.

기대와 우려 속에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단시간에 300만명 가까운 가입자를 끌어모으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이에 자극받은 시중은행이 앞다퉈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금융권의 영업 관행에 '카카오뱅크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 소비자 중심 접근 통했다…메기 효과로 은행권 자극

카카오뱅크는 23일 오후 4시 기준으로 계좌 개설 고객 291만명, 수신액 1조8천억원, 대출금 잔액 1조2천900억원, 체크카드 발급 신청 204만 건을 기록했다.

출범 한 달째인 27일 무렵에는 이용자가 3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것은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서비스를 구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비스 구상 단계에서부터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해 공급자 중심의 시각을 지닌 기존 은행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을 가능하게 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뱅크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면서 시중은행이 보인 반응에서 이른바 '메기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가 저금리 대출이나 상대적으로 좋은 금리를 제공하는 예·적금으로 연일 실적을 올리자 시중은행도 금리 조정에 나섰다.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간편 송금도 은행권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하루에 50만 원까지인 간편 송금 한도를 최근 100만 원으로 확대했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5천 달러 국외 송금 수수료를 5천원으로 책정하는 등 창구 송금보다 대폭 싼 서비스를 내놓자 각 은행은 국외 송금 체계 개편을 서둘렀다.

KB국민은행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해 베트남 등 아시아 15개 국가에 송금하는 수수료를 건당 5천원에서 1천원으로 최근 낮췄고 돈을 받을 때 내는 중계수수료도 18달러에서 10달러로 인하했다.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이 공동 설립한 '핀크'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아니지만 비슷한 역할을 겸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곧 출시하기로 하는 등 은행권의 서비스 방식 전반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수용 능력 이상으로 고객이 몰리면서 대출 신청이나 체크카드 발급·배송 등 일부 서비스에서 지연 현상이 발생하는 등 카카오뱅크에도 문제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등장으로 소비자 선택의 폭은 몇 배로 넓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제한된 범위의 금융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서비스가 확대함에 따라 메기 효과는 증폭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카카오뱅크 측은 전세자금 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자영업자 소호(SOHO) 대출 상품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 리스크 관리가 관건…카뱅은 유상증자 추진

금융권 전문가들은 카카오뱅크의 성공이 얼마나 이어질지 판가름하는 열쇠로 리스크 관리를 꼽는다.

카카오뱅크는 대출분야에서는 현재 신용 대출만 취급함에도 8월 들어 가계대출시장에서 단숨에 시중은행을 모두 누르고 선두를 차지하는 등 대출잔액이 급증했다.

은행권은 카카오뱅크의 이같은 비대면 심사 방식과 대출채권의 리스크가 어떤 관계를 보일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빠르고 간편한 대출 절차가 실적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만 문서에만 의존한 비대면 심사가 부실률을 높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창구에서 고객을 대면하는 과정에서 서류에 드러나지 않는 위험을 인지하고 대출 한도를 조정하는 등 리스크를 줄이기도 하는데, 카카오뱅크의 경우 이런 시스템이 작동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출 절차가 간편하므로 경제력이 부족한 학생층이 소액 대출을 무분별하게 받았다가 제때 상환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에서 대출받은 채무자 가운데 20세 이하의 날짜별 비율(인원수 기준)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 사이에 12∼25%의 분포를 보였다.

카카오뱅크는 대출금 증가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3천억원인 자본금을 8천억원으로 늘리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주금 납입일은 다음 달 5일이다.

◇ 제3인터넷 은행은 누가…은산분리 완화는 과제로

카카오뱅크가 일단 성공을 거두면서 제3의 인터넷 전문은행이 언제 설립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단 당국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외에 추가로 인터넷 전문은행을 인가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은행이 출연하면서 금융업계의 경쟁을 촉진했고 이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제3의 인터넷 전문은행 참가를 당장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당국이 인가 방침을 공식화하면 그때 조건을 보고 다시 판단하겠다며 여지를 남기고 있다.

재작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에서 탈락한 인터파크 컨소시엄, 예비인가를 추진하다 포기했던 500V 컨소시엄에 속했던 기업 등이 제3인터넷 전문은행 사업 후보군으로 꼽힌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영을 IT기업이 주도하기 위해서는 은산 분리 규제가 완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의결권은 이 가운데 4%까지만 행사할 수 있다.

산업자본이 금융업을 지배하고 고객 자산을 멋대로 활용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이다.

하지만 기존 금융업체가 아닌 IT기업이 나서 금융산업의 혁신을 이루겠다는 구상을 실현하려면 은산분리 규정을 완화해 이들 기업이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산업자본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50%까지 늘리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과 34%까지 허용하고 5년마다 재심사받게 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안 등이 계류돼 있어 심사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박의래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