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 DDT 성분 잔류 추정…"애들 먹인다고 비싸도 샀는데…"

친환경 먹거리를 취급하는 한살림 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 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DDT) 성분이 검출된 계란을 판매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DDT 검출 계란은 한살림 측이 안전하다고 홍보하며 유정란 중에서도 가장 비싼 가격인 10알에 7천500원에 판매한 '재래닭유정란'으로, 현재 판매가 중단됐다.

한살림은 지난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재래닭유정란을 생산하는 농가 2곳에서 안전성 검사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DDT 성분이 미량 검출돼 출하를 정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살림의 재래닭유정란은 재래종을 복원해 넓은 운동장에 자유롭게 방사시켜 생산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흙을 쪼아먹는 닭의 습성상, 토양의 (DDT) 잔류 성분을 섭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살림생협 계란서 DDT 검출… 풀어 키운 농장 달걀도 안심 못 해
과거 살충제로 광범위하게 사용된 DDT는 1979년 이후 판매가 금지됐다.

DDT는 인체에 흡수되면 암은 물론 여러 이상증세를 일으키는 맹독성 물질로 알려졌다.

토양 등을 통해 '비의도적'으로 닭의 체내에 흡수될 가능성이 있고 기준치 이하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위험 성분이 검출됐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 산란가 농가의 밀집 사육이 문제로 지적됐고, 그 대안으로 닭들이 '흙 목욕' 등으로 진드기를 제거할 수 있는 방사가 주목받았기에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경기도 분당의 주부 이 모(43)씨는 "밀집사육 방식으로 키운 닭에서 나온 계란은 위험하다고 해서 비싸도 방사로 키운 닭의 달걀을 파는 생협에서 샀는데 이제 어디서 계란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며 "정말로 계란을 먹지 말아야겠다"고 말했다.

한살림생협에 재래닭 유정란을 공급한 경북의 농가 2곳에서는 각각 DDT 성분이 0.028ppm, 0.047ppm이 검출됐다.

허용기준인 0.1ppm의 절반 이하이지만 정부 검사에서 맹독성 DDT가 검출된 곳은 두 곳뿐이다.

한살림 측은 "38년 전에 사용이 중단된 농약의 잔류에 의한 비의도적인 사안임을 고려해 토양 및 생산현장에 대한 정밀한 조사를 진행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그 결과를 재차 안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정빛나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