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는 푸틴과 기업인 만나는데…문재인 대통령, 한·러 경제인단 간담회 불참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달 초 러시아 해외순방 기간 열리는 한국과 러시아 기업인 간담회에 불참한다. 같은 장소에서 양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로 열리는 일본과 러시아 기업인 간담회와는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다음달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리는 제3회 동방경제포럼의 양국 기업인 모임 ‘비즈니스 다이얼로그(간담회)’ 행사에 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대한상공회의소에 통보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이 같은 청와대 입장을 문 대통령과 동행할 예정인 기업인에게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이 경제인단과 함께 해외 순방에 나서면서 현지 기업인 간담회 행사에 불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첫 해외 순방지로 미국을 방문할 당시 한·미 기업인 간담회뿐 아니라 국내 기업인과의 차담회 행사에도 참석했다.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자국 기업의 러시아 진출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 일본과 러시아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한다. 아베 총리가 행사 참석을 결정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동석하겠다고 해 양국 기업인 간담회가 양국 정상이 주재하는 회의로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이번 행사에 동행하는 일본 기업은 200곳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동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기업은 50곳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6월 방미 경제인단과 전체 규모는 비슷하지만 중량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러시아 순방에 동행하는 대기업은 삼성 현대차 SK LG그룹 등 4대 그룹 계열사, 러시아와 거래 관계가 많은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이다. 오너나 최고경영자(CEO)급 인사는 거의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6월 방미 당시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준 (주)LG 부회장 등 대기업 오너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CEO가 총출동했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최근 에너지·자원개발, 철도, 북극항로, 농업, 수산업 등의 분야에서 러시아 정부와 경제 협력을 적극 추진하면서도 대통령이 기업인과의 만남을 꺼리는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지난 18일 러시아,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장관급 정부 위원 11명, 민간위원 14명으로 구성된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4대 기업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대기업을 대상으로 본격 추진될 사정 정국에 앞서 대통령이 대기업과 거리 두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며 “앞으로 해외 경제사절단 행사에 대통령이 계속 불참할지도 관심거리”라고 전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