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취임 4년, 정·재계 '소통'역할로 상의(商議) 위상 제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이 21일 취임 4주년을 맞았다.

박 회장은 2013년 8월21일 손경식 전 회장의 잔여 임기를 물려받으면서 회장직을 시작했다. 2015년 3월25일 만장일치로 임기 3년의 제2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대한상의 회장직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월급은 물론 판공비나 개인 차량도 지원받지 않는다. 대부분의 대기업 오너들이 손사래를 치는 자리다.

박 회장의 역할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더욱 돋보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위기를 겪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노동정책을 놓고 새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에 놓였을 때였다.

박 회장은 “선거를 통해 출범한 새 정부 정책에 기업인들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대화와 소통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추진된 대통령 미국 순방 경제인단을 꾸리고 대통령과 대기업 경영진의 청와대 회동을 주선하는 등 정부와의 소통 창구도 열어놨다.

그러면서도 기업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최저임금제 인상안 등에 대해 “(일부 대기업 근로자는) 실질 임금이 매우 높은데도 기본급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낮아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보고 있다”며 비판적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재계 안팎에서 “치고 빠질 때를 잘 아는 전략가”라고 평가했다.

사회 지도층이 더 많은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도 강조하고 있다. 2015년 100억원에 가까운 본인의 두산 지분을 동대문 지역 상권 개발을 위해 설립한 동대문미래창조재단에 증여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거의 매주 쪽방촌과 보육원 등에 봉사활동을 한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