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지 않는 '에그포비아'… 대형마트 계란판매 반토막
지난 19일 오후 서울의 한 백화점 식품 코너. 주말마다 30~40명이 긴 줄을 늘어서던 유명 빵집에 손님은 거의 없이 직원만 한곳에 모여 있었다. 진열대에는 팔리지 않은 빵이 가득 쌓여 있었다. 계산대에 ‘제품에 쓰이는 달걀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안내문을 붙였지만 역부족이었다. 다른 빵집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 매장 직원은 “살충제 달걀 뉴스가 나온 직후부터 ‘1+1 행사’ 등을 하고 있지만 평소보다 손님이 60~70%는 줄어든 것 같다”며 “백화점이 영업을 하기 때문에 문을 닫을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빵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살충제 달걀 전수조사가 끝났지만 소비자들의 ‘공포’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각종 가공식품, 화장품 등에도 달걀 성분이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이를 피하려는 사람이 늘면서 ‘에그포비아(달걀과 공포증의 합성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살충제 불검출 통보를 받은 달걀이 유통되기 시작했지만 소비자들은 “정부 조사 결과도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판매 역시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주말이지만 판매량은 여전히 평소의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마트도 판매량은 55%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소비가 줄자 달걀 가격은 떨어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특란 중품 한 판(30개) 소매 평균 가격이 18일 기준 7358원으로 파동 전인 14일 7595원보다 237원 내렸다.

온라인에서는 살충제 불검출 달걀 구분법, 달걀 대체식품 정보, 달걀이 들어간 화장품과 가공식품 리스트 등이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완두콩, 수수 등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인조달걀인 ‘비욘드 에그’와 메추리알, 오리알, 두부 등이 달걀을 대체할 수 있는 식품으로 꼽히고 있다. 채식 문화에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살충제 달걀 사건의 주요 원인으로 열악한 사육 환경이 꼽혔기 때문이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채식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프로젝트와 동아리 등이 생겨나고 있다. 연세대 ‘베지밀’, 이화여대 ‘솔찬’, 서울시립대 ‘베지쑥쑥’ 등이 올해 새로 생겨난 채식 동아리다.

화장품 등 다른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국내 일부 화장품 업체는 알부민 등 달걀흰자와 노른자에서 추출한 성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니모리에서는 에그포어코팩, 에그포어노른자프라이머 등 달걀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스킨푸드도 에그화이트포어마스크, 에그화이트코팩 등을 취급하고 있다. 이 밖에 잇츠한불 어퓨 메디힐 등 브랜드 제품 일부에도 달걀 성분이 들어가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