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성분 허용 기준치 없어…처벌 검토에 농가 "언제 교육은 했나" 반발

대전과 충남 논산지역 양계농가에서 계란에서 그동안 검출되지 않았던 새로운 살충제 성분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비펜트린'이나 '피프로닐' 등 기존에 나온 동물용 살충제와 달리 농작물이나 과수에 쓰는 식물용 살충제가 검출된 것이다.

식물용 살충제의 경우 계란에 대해서는 허용 기준치조차 없는 등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20일 대전시와 충남도 등에 따르면 최근 대전 유성구와 충남 논산의 산란계 농장에서 각각 '에톡사졸'과 '피리다벤'이 0.01ppm/kg, 0.09mg/kg씩 검출됐다.

에톡사졸과 피리다벤 모두 농작물이나 과수 등에 있는 진드기나 응애류 등을 죽이는 데 쓰는 농약이다.

둘 다 저독성 물질이지만, 만성적인 노출의 경우 각각 간 손상과 체중 감소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비펜트린은 계란 잔류 허용기준이 마련돼 있고 맹독성 살충제인 피프로닐의 경우 닭에 대한 사용이 원천 금지돼 있지만, 에톡사졸·피리다벤 등에 대해서는 관련 기준이 아예 없다.

계란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물질일 뿐 농작물과 달리 기준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축산업 분야에서 사용이 제한돼 있는 만큼, 해당 농가에 대해 법적 처벌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농가에서는 닭에 직접 쓴 것이 아니고, 축사 인근 잡초와 과수에 있는 응애류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한 것 뿐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논산 농장 관리인은 "축사 밖 블루베리 나무에 있는 응애류를 잡기 위해 나무에 농약을 뿌린 것이 유입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실제 관리인이 축사 안에 사용했다고 진술한 와구프리 등 세 가지 종류의 살충제에서는 피리다벤이 검출되지 않음에 따라 충남도에서는 검출 경로를 역추적하고 있다.

대전 유성구 농장주도 "계사에 살충제를 직접 뿌린 것이 아니고, 농장 주변 잡초 제거와 농작물의 진드기 등을 없애기 위해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양계농가에서는 정부가 살충제 사용에 대한 교육을 하지도 않고 처벌만 내세우는 것은 농가에만 전적으로 책임을 돌리는 처사라는 반발이 나온다.

논산 농장 관리인은 "30년 동안 양계장을 관리하면서 어떤 농약을 쓰면 된다, 안된다는 교육 한 번 받은 적 없다"며 "주위에서 귀동냥으로 진드기를 없애는데 어떤 농약이 좋다고 들어서 주의사항을 읽어보고 알아서 사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23일 농장 운영 이래 처음으로 농장주를 대상으로 하는 농약 사용법 교육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경기 남양주의 한 농가도 "닭과 계란에 직접 약을 뿌리면 안 되고, 농약은 쓰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 정도만 들었을 뿐 구체적인 금지 성분에 대해서는 수십 년간 들어본 적도 없다"며 "보통 양계장 업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며 하소연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까지도 계란에 대해 항생제 잔류 물질만 조사해 오다가 국회에서 '살충제 계란'의 문제점을 지적받자 부랴부랴 농약 항목을 추가, 올해 1월에야 검사에 나섰다.

충남도 관계자는 "피리다벤이라는 살충제는 이번에 처음 들었다.

우리로서도 생소한 물질"이라면서 "27종의 잔류물질 검사 기준에 따라 피리다벤이 검출됨에 따라 이 농장에 보관하던 계란 3만개와 시중에 유통된 3만개를 폐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에 사는 김모(44)씨는 "자고 일어나면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살충제가 나와 너무 불안하다"며 "게다가 이번에 누락된 살충제 검사 항목도 있다던데, 최종 검사 결과를 시민들이 믿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의사들이 영유아의 경우 계란 2개까지는 먹어도 된다는데, 그게 괜찮은 기준이라는 게 더 어이가 없다"며 "카스테라나 케이크 등 빵부터 이유식까지 계란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들이 많은데, 아이에게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도 되는지 알 수 없어 심란하고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대전·논산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