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계란 전수조사
정부가 17일 전국 1239개 산란계(産卵鷄) 농장의 살충제 성분 검사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조사 대상 농장에 전화를 걸어 “샘플용 계란을 준비해달라”거나 마을 대표에게 “계란을 한 판씩 모아 마을회관으로 가져오라”고 했다는 등의 증언이 잇따르면서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있겠느냐’는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876개 산란계 농장 중 32곳에서 ‘살충제 계란’이 발견됐다. 나머지 363개 농장의 조사 결과는 18일 발표된다.

전날까지 살충제 계란이 발견된 농장은 6곳이었는데 이날 26곳이 추가됐다. 특히 지금까지 검출됐던 피프로닐, 비펜트린 외에 새로운 살충제 성분인 플루페녹수론과 에톡사졸을 사용한 농장이 확인됐다. 정부는 살충제 계란은 폐기하되, 살충제 계란이 발견되지 않은 844개 농장(국내 계란 공급량의 86% 차지)에는 유통을 허용했다.

하지만 정부의 전수조사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 산란계 농장주는 라디오 방송에서 “전수조사를 한다길래 담당 직원이 조사를 나올 줄 알았는데 직원은 오지 않고 마을 대표가 계란 한 판씩 가지고 마을회관으로 오라고 했다”며 “살충제를 친 농가라면 계란을 갖다 달라고 할 때 옆집에서 한 판 빌리거나 해서 다른 계란을 갖다 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17일까지 조사를 완료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조사를 벌이면서 부실 조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장이 커지자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국회 현안보고에서 “전수조사에서 일부 표본에 문제가 확인된 121개 농장을 재검사하고 있다”고 조사 과정의 문제를 시인했다.

오형주/임도원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