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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는 여름 대표 과일 중 하나다. 이달 초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나들목(IC)를 빠져나와 음성군 감곡면사무소 방향으로 차를 몰자 복숭아 직거래 판매장이 즐비했다. 감곡면은 인근 경기 이천 장호원읍과 함께 중부지역 복숭아 주산지로 꼽힌다. 일조량이 풍부한데다 수확철인 6~8월 강수량이 적어 이곳에서 자란 복숭아는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감곡면에선 매년 ‘햇사레 감곡복숭아꽃 축제’도 열린다.

이날 감곡면을 찾은 건 복숭아 재배로 일가(一家)를 이룬 한 농부를 만나기 위해서다. 2015년 농촌진흥청이 선정하는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으로 뽑혔고 앞서 2년 전엔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한 공로로 대통령표창도 받은 김종오 해돋이농원 대표(56)다. 복숭아 철을 맞아 맛있는 복숭아를 키우는 비결, 복숭아를 더 맛있게 먹는 방법 등을 인터뷰했다.

◆‘선택과 집중’...기본에 충실한 농부

김 대표의 과수원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참 올라가는 산비탈에 자리 잡고 있다. 약 1만 평(3만3000㎡) 넓이의 과수원에 1200여 그루의 복숭아나무가 자라고 있다. 각각 수확 시기가 다른 25종의 나무가 크고 있다. 그가 1년에 수확하는 과일은 상자(4.5㎏) 1만개 분량, 45t 가량이다. 2억5000만원 규모의 매출이 나온다.

그는 “복숭아가 맛있는 건 그저 돌아가신 아버님이 과수원 터를 잘 잡았을 뿐인데 괜히 더운데 먼 길을 왔다”며 인사를 건넸다. 그가 말한 과수원 터는 경사도였다. 경사가 있는 곳에선 물이 고이지 않기 때문에 당도가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의 부친은 1960년대부터 이 자리에서 복숭아 과수원을 가꿨다. 부친이 세상을 떠난 1995년부터 장남인 김 대표가 과수원을 이어받아 농사를 짓고 있다. 원래 2000평(6600㎡)에 불과하던 과수원을 다섯 배 규모로 늘렸으니 김 대표가 그저 물려받기만 한 건 아니다.
복숭아_유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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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맛있는 복숭아를 키우는 비결에 대해선 특별한 게 없다고 했다. 그저 기본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기본을 지킨다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다.

먼저 철저한 열매 솎기다. 봄부터 수확철까지 과일의 성장 단계에 맞춰 제때 봉오리 따기(적뢰), 꽃 솎기(적화), 열매솎기(적과) 작업을 해줘야 최상의 복숭아를 수확할 수 있다. 나무 한 그루가 흡수할 수 있는 양분이 정해져 있는 만큼 나무가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상품성이 떨어지는 과일은 초기에 솎아내는 작업이다. 선택과 집중이다.

대개의 과수농가에선 열매솎기 작업을 1년에 한, 두 차례밖에 안한다. 과수원 내 모든 나무 가지를 일일이 살펴야 하는 고된 작업이어서다. 그러나 김 대표는 1년에 최소 4차례 이상 한다. 그는 “짧은 나뭇가지에 열매가 하나만 달리면 맛이 없을 수가 없다”며 “과일이 자랄 때부터 잘 선별한 덕분에 상품성이 떨어지는 B급 과일의 비중도 대략 5%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했다. B급 과일의 비중은 평균 10~15% 내외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과수원을 물려받기 전 20여 년간 음성군 금왕읍에서 보일러 설비업체를 운영했다. 덕분에 호스와 파이프 등을 이용해 땅속으로 물을 공급하는 설비를 마련하는 일에는 자신 있다고 했다. 보일러의 기본 원리가 데운 물을 파이프를 통해 방바닥 아래로 흘려보내 난방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농장에 마련된 촘촘한 관수(농작물에 물을 주는 일) 설비도 김 대표가 직접 제작했다.

해돋이농원 입구에는 빗물을 저장해 놓은 큼지막한 연못이 있다. 김 대표는 양수기로 연못의 물을 퍼올려 나무에 준다. 땅속에 묻은 고무호스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지나며 뿌리에 물을 건넨다. 물에 미생물과 복숭아 식초 등을 섞어 생육을 돕는다. 이렇게 3월부터 11월까지 열흘에 한 번씩 나무 한 그루당 1ℓ의 물을 준다. 그는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기 전인 이름 봄부터 꾸준히 물을 줘야 과일이 떨어지는 낙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먹기 두 시간 전 냉장고에서 꺼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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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명인이 전하는 복숭아 맛있게 먹는 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너무 차갑게 보관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설명이다. 복숭아는 수확 후에도 실온에서 숙성이 이뤄지는 후숙 과일이다. 숙성 과정에서 신맛이 줄어들고 당도는 높아진다.

김 대표는 “손님들 중에서 가끔 복숭아를 냉장고에 넣어뒀더니 맛도 없어지고 금방 상해버렸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며 “그런데 복숭아 같은 후숙 과일은 그냥 실온에서 보관하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그는 “냉장고에 보관할 때는 신문지로 싸서 보관해야 단맛을 지킬 수 있다”며 “먹기 두 시간 전 쯤엔 냉장고에서 미리 꺼내 놓으면 단맛이 다시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귀농하려면 마음 단단히 먹어라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자신의 농장을 홍보하는 말보다 국내 농업·농촌의 현실을 꼬집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10여년 전부터 4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감곡면 오향 5리의 이장도 맡고 있다. 농촌 속사정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그다. 김 대표는 먼저 “예비 귀농인에 대한 교육 과정이 허술하다”고 했다. “우리 농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복숭아 현장실습장입니다. 한 달에도 몇 번씩 귀농 교육생들이 찾아와 견학합니다. 그런데 교육생들한테 물어보면 과일과 상관없는 분야로 귀농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요. 사과나 배면 모를까 버섯이나 상추 키울 사람이 과수원에 와서 뭘 배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귀농인이 정부에서 지원받으려면 의무적으로 100시간 정도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교육 시간을 일단 채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귀농해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처음 교육 받을 때부터 그 사람이 내려가서 키울 작목을 집중적으로 배워야 합니다.”

그는 시골살이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가급적 귀농보단 귀촌을 권하는 편이다. TV와 신문 등 미디어에 나온 성공 사례만 보고 부푼 꿈을 안고 귀농했다가 쓰라린 실패를 맛본 사례를 옆에서 많이 봤기 때문이다. 감곡면에도 귀농 가구가 40여 가구 정도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진짜 돈이 많아서 자기 돈 5억원을 갖고 귀농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일단 자기 살 집 짓는데 적어도 1억원은 듭니다. 여기 땅값이 평당 10만~20만원 정도 하니까 과수원 1500평을 한 2억원 주고 샀다고 해요. 과수원을 하려면 꼭 있어야 하는 SS기(농약살포기)가 5000만원 조금 안돼요. 거기다가 다른 농기계까지 사면 1억원이 넘죠. 이것저것 하고 나면 4억~5억원은 금방 없어져요. 근데 그 돈을 투자해서 얼마나 벌 수 있겠어요. 1500평 복숭아 과수원이면 1년에 5000만 원 매출 올리기도 힘들어요. 귀농할 때는 정말 이것저것 잘 따져봐야 합니다.”

음성=FARM 홍선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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