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계란'골라서 제출했다는 일부 농가 증언도

전국 산란계 농가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 결과 발표일이 다가오지만, '전수조사'라는 말에 걸맞은 실효성과 신뢰도가 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농가당 표본의 개수가 너무 적고, 일부 양계 농가에서 "깨끗한 계란만 골라서 제출했다"는 증언도 나와 표본의 신뢰성 자체도 의심된다.

17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관내 256개 산란계 농가 중 친환경 인증 농가를 제외한 130개 농가에서 샘플용 계란을 가져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는지 조사하고 있다.

농가당 가져온 샘플의 수는 임의로 선정된 계란 한판(30개)이다.

조사 기관은 이 중에서도 임의로 일부를 골라 실험에 필요한 시료를 채취한다.

한 농가당 실험에 쓰이는 계란 수는 시료의 상태, 기계의 상태 등 요인에 따라 달라지지만 통상 10개 미만이다.

산란계 농가들이 하루 평균 수만개에서 많게는 수십만개의 계란을 생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표본의 수가 충분하다 할 수 없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살충제 계란의 경우 가축 전염병과는 다르다.

AI와 같은 질병은 전염성이 높아 닭 한 마리가 병에 걸리면 순식간에 농가 전체로 퍼진다.

소수만 샘플링해도 농가의 감염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살충제 성분은 전염성이 없다.

살포 방식이나 농가 내부 상황에 따라 같은 날 같은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이라도 농약이 많이 검출될 수도, 전혀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같은 농가에서 나온 계란이라 할지라도 살충제 성분에 많이 노출된 닭과 노출이 덜된 닭이 낳은 계란 사이에는 차이가 크게 난다"며 "표본 수를 고려했을 때 신뢰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표본 자체의 신뢰성을 의심할만한 증언들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를 비롯해 일부 양계 농가 주인들은 지난 15일 이후 지자체로부터 "조사용 계란을 수거하러 갈 테니 계란 한판을 준비해 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 농장주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현해 "(조사) 담당 직원들이 오지 않고 마을 대표가 계란 한 판씩 가지고 마을회관으로 나오라고 했다"면서 "닭 농가에서 모아준 계란을 한 번에 싣고 가서 조사하는 것 같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양계장 업주들이 만약 '깨끗한' 계란만 골라서 제출했다면 전수조사는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다.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살충제 양계장으로 적발되기 위해서는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다.

금지된 살충제를 살포했던 양계 농가 농장주가 정직하게 계란 30개를 임의로 골라 제출하고, 그중 살충제 성분에 장시간 노출된 닭이 낳은 계란이 조사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김재홍 교수는 "이번 조사는 전국적 살충제 계란 실태를 전반적으로 확인하는 수준일 뿐,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진드기가 심각한 여름철 금지 살충제 사용 집중 감시체계를 만드는 등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7일까지 전국 모든 산란계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살충제 전수조사를 마무리하고 18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jhch79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