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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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 계란 외 먹거리도 불신 높아져
판매 재개 편의점도 혼선…가맹점 몰라


"어? 이 계란 먹어도 되는건가?"

'살충제 계란' 파동이 발생한 지 이틀째인 16일 오전 11시 35분께. 서울 강남구 한 식당에서는 점심 시간을 맞아 몰려든 직장인들이 밑반찬으로 나온 샐러드에 들어간 계란을 놓고 고민했다.

감자와 브로콜리를 넣고 마요네즈로 버무린 샐러드 안에는 계란 조각이 두어 개 들어가 있었지만 선뜻 집어드는 사람이 없었다.

직장인 윤모씨는 "어제 뉴스를 보니 계란 음식은 좀 꺼려진다"며 "평소 같았으면 밥이 나오기도 전에 다 집어 먹었을 텐데 오늘은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근 분식집에서도 평소와 달리 대표 메뉴인 김밥 대신 김치 볶음밥이나 쫄면 등을 주문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김밥의 경우 계란이 주 재료로 들어가는 만큼 계란을 먹지 않아도 되는 다른 메뉴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여모씨는 "오늘 김밥 판매가 저조하긴 하다"며 "김밥을 시키면서 계란을 빼달라는 손님도 더러 있었다"고 밝혔다.

점심 시간이 끝난 뒤인 오후 2시께 찾은 편의점에서는 계란은 물론이고 계란이 들어간 도시락 제품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학동역 근처에서 편의점을 하는 진모씨는 "본사에서 계란 판매를 중단하라고 해서 매대에서 모두 치웠다"며 "저기 뒤에 냉장고에 계란이 잔뜩 쌓여있지만 팔수도 없고, 이런 판국에 계란을 찾는 손님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계란 출하를 전면 금지한 지 하루 만인 이날 전수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일부 계란에 대해 유통을 허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GS25와 티몬 등 편의점과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계란 판매를 재개하는 업체가 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사역 인근 식당가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는 "하루 만에 갑자기 계란이 안전하다고 하는 것도 좀 이상하다"며 "사실 계란 뿐만 아니라 다른 먹거리들은 괜찮은 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요 포털사이트 까페에서도 전날부터 "도대체 뭘 먹어야 안전한 건지 모르겠다" "공산품도 위험해, 먹는 것도 불안해, 이민을 가야겠다 정말" 등 소비자들의 불안 섞인 목소리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날 GS25편의점의 경우 본사에서 계란을 다시 판매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상당수 가맹점에서는 이런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 GS25 한 매장에서 계란을 사겠다고 하자 점주는 "계란은 어제부터 못 팔게 돼 있다"며 "뉴스 나온 거 못 봤냐"고 되묻기도 했다.

계란 판매가 재개됐다고 하자 계란을 계산대에 가져와서 찍어보고는 "어, 정말이네. 왜 몰랐지"라며 "하지만 일부 계란은 아직 판매 금지 상품이라고 뜬다"고 설명했다.

GS25편의점은 여러 계란 상품 중 일단 정부의 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에서 납품한 계란만을 판매 재개했다.

주요 대형마트들은 전날 계란 판매를 일제히 중단한 이후 아직 판매 재개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정부의 조사 결과 협력회사의 80% 정도가 적합 판정을 받아 이 농가 계란부터 순차적으로 판매를 재개할 것"이라며 "나머지는 전수 검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판매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 시내 주요 호텔 뷔페에서도 계란 메뉴가 대부분 사라졌다.

뷔페의 경우 프라이, 스크램블 에그 등 계란을 가지고 직접 요리하는 메뉴가 적지 않은데, 정부 조사가 끝날 때까지 해당 메뉴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계란을 직접 쓰는 요리는 중단했다"며 "다만 계란이 들어가는 케익 등 빵 류는 그대로 제공하면서 위생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전국 모든 산란계 농가 243곳에 대해 1차 조사를 한 결과 강원도 철원에 있는 농장에서도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또 경기도 양주와 전남 나주에 있는 농가에서는 비페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산란계 농가는 경기도 남양주, 광주, 전북 순창(비페트린 기준치 이하 검출)을 포함해 6곳으로 늘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