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죽어본' 대한조선의 질주
전남 해남에 있는 중형 조선회사인 대한조선의 수주액이 급증하고 있다. 상반기에만 올해 연간 목표의 두 배를 넘는 수주 계약을 따냈다. ‘일감 절벽’으로 도크 가동을 중단한 다른 조선사와 달리 이 회사는 2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조선업계에선 이례적으로 신규 채용도 늘리고 있다.

대한조선은 올 상반기 아프라막스급(11만5000t) 유조선 등 14척을 수주했다. 수주 금액은 6000억원에 달한다. 수주 예정 물량(옵션)을 포함하면 상반기 실적은 18척으로 늘어난다. 연간 목표치(8척)의 두 배를 넘는 수주를 6개월 만에 달성했다.

업계에선 2009년 채권단관리(워크아웃)와 2014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등을 경험한 회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희망퇴직, 임금 반납, 순환 무급휴직 등에 나선 것을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직원들의 고통 분담은 곧바로 원가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대한조선의 연간 인건비는 2015년 대비 60% 수준으로 줄었다. 노동조합도 회사 설립 후 14년째 무분규를 이어가며 회사 살리기에 동참했다. 아프라막스급 유조선 등 가장 자신 있는 선종에만 역량을 집중, 기술력을 높인 전략도 수주 경쟁력을 높인 요인이다. 일감이 밀리면서 보통 2주간 여름휴가를 간 다른 조선소와 달리 이 회사는 이달 초 전 직원이 1주일만 휴가를 쓰고 특근 체제에 들어갔다. 상반기에 직원 20여 명을 신규 채용했고 하반기에도 추가로 뽑을 예정이다. 박용덕 대한조선 사장은 “수주를 더 하고 싶어도 건조할 수 있는 연간 물량(12척)에 한계가 있어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